국힘 발표 '협의체 참여' 의사단체 '손사래'…추석 전 출범 어려울 듯

정부 여당 설득에도…전의교협·의대학장 "결정한 바 없어"
의사단체 "정부 태도 변화부터"…野 "영향력 가진 단체 합류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24.9.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정부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의사단체의 소극적 반응에 당초 목표로 했던 추석 연휴 전 출범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단체들이 협의체 참여에 앞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해당 사안에 접근하는 기준과 눈높이가 직역별로 달라서다.

한동훈 대표는 12일 오후 당정협의회에서 "협의체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화를 당사자끼리, 중재자끼리 모여서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머릿수대로 투표해 결정하고 강제하자는 게 아니다. 전제를 걸 이유도 의제를 제한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의료계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다. 전공의들이 오해를 풀고 현장에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전공의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가장 선하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협의회를 마친 뒤 "지금 일부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야당이 기대하는 성과만큼은 아니어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지를 보이고 뜻을 같이할 단체가 준비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사단체 가운데 협의체 참여 입장을 명확히 밝힌 데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해 전공의·의대생·의대 교수·의대 학장·병원 등 총 15개 단체가 참여 협조 요청 공문을 받은 바 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이날 한 언론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 걸 두고, 전의교협은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 정책위의장, 인요한 의원 등과 비공개로 만난 의대학장 단체(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이종태 이사장도 뉴스1에 "시기적으로 미묘했으나,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이야기 나누지 않았다"며 "의학교육 정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중 의대생 학부모들과 면담을 하던 모습. 2024.8.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임현택 의협 회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으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영향력을 가진 단체 없는 협의체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이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대란을 정상화할 단체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주민 위원장은 "대전협 회장(박단 비대위원장) 양해로 말씀드리면 5번 이상 만났고, 그 외 단체도 굉장히 많이 만나고 있다. 설득은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면서 대전협 참여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초기 입장에서 뒤로 안 물러서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단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도 재논의해 조정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수시모집이 시작됐으니 어렵다는 반응이라 여기서부터 간극이 벌어진다. 또한 대화를 통해 정부가 그간의 입장을 바꿀지에 의사단체들의 의구심도 큰 상황이다.

이날 민주당 의료대란특위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정부 입장이 바뀔 준비가 돼야 사태가 해결된다. 의사들은 국민 한 분도 잃고 싶지 않다. 환자를 더 잘 치료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더욱이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손정호·김서영·조주신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임현택 의협 회장과 그 어떤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등 내분 양상까지 보인다. 의협이 의사 법정단체여도 전공의·의대생을 대변할 수 없으며 임 회장의 간섭을 거부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의대 교수는 "한두 군데 의료계 단체가 참여할 걸로 보인다. 전공의·의대생에게 비판이 거세질지 걱정된다"면서 "국내 의사는 직역이 다양하다. 협의체 참여 여부를 떠나 '임 회장은 빠지라'는 전공의·의대생의 태도는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우려했다.

한편, 7개월째 접어든 의정갈등과 의료개혁 논의에 환자도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정치권이 협의체를 만든다면서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 의견만 구하고, 환자 의견을 묻지 않는 데 실망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환자가 빠진 그 어떤 협의체 구성도 지지할 수 없다"며 "'여야환의정 협의체'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한다"며 "기왕 의료개혁에 착수한 만큼 정부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철저하게 국민에게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