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견 제시 먼저" vs "증원 재논의부터"…4자 협의체 구성 난항

여·야·정, '협의체서 소통' 공감…의료계, 원점 재검토 입장 고수
의협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 불가 근거 무엇인지 의문"

한 아이를 안은 보호자가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여당과 야당, 정부, 의료계 인사가 참여해 의료 사태 해결을 논의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공백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합리적 대안이 있을 시 2026년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원점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과 "2025년 의대 증원부터 원점 재논의하라"는 의료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전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 "의료계가 과학적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재논의한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의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추어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해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할 수 있음을 일관되게 지속해서 밝혀 왔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 1년 8개월 넘게 줄기차게 의료계에 요청해 온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견 제시'는 불변"이라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국무조정실 입장은 여당과 야당,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이 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2026년 의대 증원 등과 관련해 4자 협의체 구성·운영을 제안하자 대통령실은 화답했다. 협의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 중으로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 전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6개월 만에 답변을 내놓았다. 만시지탄"이라면서도 "2026년 정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4자 협의체 구성에 긍정적이지만 2025학년 증원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을 시 협의체에 참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2025년 입학정원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의힘과 정부가 진정 현재의 의료대란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며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성명서를 통해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자'는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면서 "서로 한발씩 물러나 원점에서부터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4자 협의체 제안에 대해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부와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정부와 의료계 입장이 평행을 달리고, 전공의 대표들이 줄줄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의정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9일부터 전공의 집단 사직 사주 혐의 등으로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