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시 '의사 설명' 의무화…의료분쟁 돕는 '환자 대변인' 신설
복지부 의개특위 의료사고 안전망 정책 토론회
"의료사고처리특례 적용 요건·범위, 협의·조정 중"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앞으로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대신 이 과정에서의 사과나 유감 표명 등은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사고 초기부터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 신뢰 형성을 유도해 법적 분쟁 자체를 막는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주관 정책 토론회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앞으로 복지부는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이 법적 부담은 줄인 채 환자에 유감을 표명하고 사고 경위는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게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때 이뤄진 사과나 유감 표명은 향후 법적 다툼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없도록 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의료진과 환자 소통 촉진 지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미시간대 의료원은 2001년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월평균 소송 건수가 2.13건에서 0.75건으로 줄었고 소송 관련 평균 비용도 16만 7000달러에서 8만 1000달러로 감소했다.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조정·중재를 통해 분쟁이 조기에 해결되도록, 복지부는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돕는 '환자 대변인'(가칭)을 신설하고 사고 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인 감정위원 명단도 3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린다.
의료인 외에 환자, 소비자, 법조인 등 사회 각계 감정위원의 참여를 이끄는 한편, 감정 불복절차를 신설하는 등 의료진 등 당사자의 감정 쟁점 및 의견 제시 기회는 적극 보장한다.
제도를 국민 입장에서 평가하며 개선점을 제안하는 '국민 옴부즈만 제도'도 도입한다.
아울러 의료분쟁 감정·조정 결과를 수사기관에 공유해 불필요한 대면 소환·조사를 최소화하고 기소 전 의료전문가가 참여한 형사 조정을 통해 양형 참작 등 분쟁 해결에 활용한다.
이와 함께 불가항력 의료사고 등의 고액 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수진료과 의료진의 의료사고 배상책임 보험·공제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한다.
또한 불가항력 분만 사고의 국가보상금 한도를 높이며 보상 범위는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사고 배상액은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은 채 평균 3억 7000만 원으로 추산되는 반면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시장은 726억원 규모에 그쳤다.
의료사고공제조합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하며 가입률도 34%다. 고위험 중증 필수 진료가 이뤄지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사각지대인 점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는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며 필수의료행위의 경우 형사처벌이 감면, 면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의료인이 '책임·종합보험·공제'에 가입했을 때만 특례를 적용한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응급, 분만, 심뇌, 중증질환 등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따른 사고 소송들 위주로 분쟁을 해결해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개선하자는 점에 공감대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례 적용이 필요한 의료행위의 요건·범위, 배상 담보를 통해 환자 권리구제는 신속하고 충분해야 한다는 의견차가 있다. 특위 논의 기반으로 협의·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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