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중단 안 하면 정권 퇴진운동"…의사들은 왜 분노할까

의협 "의료인 '원팀'…특정 직역 단일법 생기면 의료붕괴"
임현택 집행부 총사퇴 요구도…의협 비대위 설치 고심 중

1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열린 '간호법 재발의 저지를 위한 14 보건복지의료연대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1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여야가 오는 28일 간호법 처리를 합의한 가운데 의사 단체가 "정권 퇴진운동이라도 하겠다"며 거센 저항에 나섰다. 그러나 야당 주도로 추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의사 편을 들어줄 이해당사자가 많지 않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에 대해 "모든 의료인은 '원 팀'으로 의료계 종사자는 모두 의료법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 특정 직역의 단일법이 생기면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6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부는 의대증원으로 전공의들이 이탈하자 이 공백을 진료지원(PA) 간호사로 해소하려, 거부했던 법안을 다시 들고 왔다"며 간호법을 비판한다.

의협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상급종합병원 의사가 PA 간호사로 대체된다. 병원이 굳이 전공의를 뽑을 이유가 없게 되고 의료체계는 붕괴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간호사 단독 개원도 가능해지는, 간호사 이익 실현 법"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이 지난해 논란이 됐던 데는 법안의 1조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조항이다. '지역사회'가 간호사의 단독개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이수진 의원,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총 4인이 각각 대표발의한 관련 법안에서는 이 조항을 '학교·산업현장·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구체화해 논란의 소지를 줄였다.

정부와 여당도 기존 법체계를 고려하면 간호사 직역 전문성 향상 및 근무 환경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1만 3000여 명에 달하는 PA가 현재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는 대체인력으로서 역할이 중요해지자 이들의 업무 범위를 구체화해 법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협은 "간호사 직역만 분리해 단독 법률로 떼는 데는 통합 보건의료 체계를 전면 부정한다. '지역사회' 문제도 문구만 수정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라며 지난해 반대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총 14개 보건의료 단체가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꾸려 간호법을 극렬히 반대했으나 현재 명확히 반대 입장을 낸 데는 의협을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총 5개에 불과하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2일까지 간호법 등이 중단되지 않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22일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법안 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간호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고된 날이다.

이를 두고 간호법 제정을 강하게 희망하는 대한간호협회(간협)의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의사단체 반발에 노코멘트하겠다"며 "명확한 근거를 내지 않고, 막연하게 추상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의료 공백으로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 측의 일방적인 강요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면서도 관련 교육은 1시간 남짓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4.8.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간협은 또 "현행 의료법이 전문화되고 다양해진 간호사의 역할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며 "안전한 간호, 간호돌봄체계 확립 등에서 필요할뿐더러 국회를 통과한 뒤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협이 의대증원에 몰두하며 정부, 국회와 대화할 시기를 놓쳐 간호법 재추진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크게 공론화되지 않았던 PA의 법적 지위 보장 문제가 대두되며 법안의 공감대도 쌓여갔다.

특히 간호법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임현택 의협 회장의 책임론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으로서 이필수 당시 의협 회장의 간호법 대응을 두고 "변명 대잔치가 눈앞에 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료인 면허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화된다"며 "간호법 통과를 직무유기하고 회원들 신뢰를 상실한 의협 임현택 집행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총사퇴하라"고 직격했다.

한편, 의협 대의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심도 있게 고민하기로 했다. 오는 31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 등 총 3가지 현안에 대응할 비대위 설치 필요성을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