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들, 간호법 '조건부 지지' 선회…의사들은 '자중지란'

지난해 극렬 반대하던 간호조무사들 "이번엔 잘 되길"
여야 8월 중 처리 합의…"의정갈등에 묻혀 동력 잃어"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연 뒤 21대 국회를 향해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여야가 이달 내 간호법을 처리하기로 해 간호사들은 물론 지난해 곡기를 끊던 간호조무사 단체도 반기는 반면 의사들은 "대한의사협회는 뭐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똘똘 뭉쳐 간호법을 반대하던 보건의료 단체들의 '단일대오'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배준영·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일 국회 회동을 통해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배 원내수석은 "8월 중 본회의에서도 쟁점이 없는 꼭 필요한 민생입법은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간호법은 지난해 4월(21대 국회) 민주당 의결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엔 기존 법 체계상 간호사 직역 전문성 향상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앞선 법안의 1조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조항이 간호사 단독개원을 부추길 거란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번에는 '학교·산업현장·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구체화해 논란의 소지를 줄였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법안'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 그리고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의 '간호법안' 총 4건이 발의돼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따로 떼 간호인력 수급·양성 및 근무 환경 개선 등은 물론 진료지원(PA) 간호사 업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1만 3000여 명에 달하는 PA에 대한 법적 근거는 그동안 없었는데 의료공백을 메우는 인력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간협)는 "현행 의료법이 전문화되고 다양해진 간호사의 역할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간호 서비스의 질 향상과 국민건강증진 등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 찬성한다"고 환영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여당안은 간호조무사 자격 학력 상한을 철폐하고 PA 업무규정을 신설한 가운데 야당은 PA 업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야당안은 '의료기사 등의 업무를 제외한다'는 조항을 넣어 PA 간호사가 의료기사 업무를 침해할 거란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총 14개 단체가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꾸려 간호법을 극렬히 반대하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 명확히 반대 의견을 밝힌 단체는 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총 5개에 그쳤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월30일 간호법 저지를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6일째 이어가던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을 만나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3.4.30/뉴스1

특히 지난해 의협과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간호법에 반대했던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여당안에 "양질의 간호조무사 양성 취지에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당안이 전문대 교육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을 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또는 고등학교 졸업자(졸업 인정자)로서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 과정을 이수한 자로 한정됐다. 협회는 전문대 졸업생이 다시 학원으로 가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해 왔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각각 있으니, 이번에 뭉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제) 간호법 자체를 막는 싸움보다 각각 직역의 요구가 잘 담길 수 있도록 연대하고 공조할 때라고 본다. 의대증원 문제에 집중하는 의협과 입장차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잘될 수 있게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간호조무사가 간호법 반대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1인 시위나 집회는 자제하고, 최대한 야당도 설득해 간호조무사 자격 학력 상한 철폐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은 간호법이 주목받는 분위기에 크게 반발하며 임현택 의협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으로서 이필수 당시 의협 회장의 대응을 '변명 대잔치가 눈앞에 와있다'고 비꼰 전례가 있기도 하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밀어붙이니, 의협에 마땅한 방법은 없다"면서도 "뭐라도 해야 하는데 아예 대응책을 논의조차 하지 않으니 안타깝고 무책임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에 묻혀 동력도 없고, 그렇다고 의협을 무작정 탓할 수 없다. 시도의사회가 선봉에 서 투쟁하기에도 애매하다"고 전했다. 의협은 일단 "의료법 체계를 훼손한다. 의대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에 대한 보복성 행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의협 산하 단체장은 "의협에 간호법 대응 입장을 묻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떠들면 더 안 좋겠다'는 답변만 받고 있다"며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할 처지는 아니지만 통과가 코앞인 상황에서 공동 대응은 논의할 때"라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