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000만원→500만원 줄어도 전공의 갈 자리가 없다"

피부미용·성형, 요양병원, 중소병원 지원자 넘쳐
의사단체 매칭 아직 미미…"경기 안 좋아 빈자리 적어"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7.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일괄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이 대거 동네 병의원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종전 대비 월급이 300만~500만 원 줄어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지경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당수 사직 전공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고 일할 만한 동네 병의원 봉직의 자리 등을 알아보고 있다.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531명 중 사직 또는 임용 포기 처리된 인원은 7648명(56.5%)이다. 일부 병원이 무응답 전공의 사직 처리를 미루기도 해 1만명 이상에 달할 걸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피부·미용성형 관련 개원가나 요양병원과 중소병원 등으로 향하고 있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인 전공의들이 택할 수 있는 자리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갑자기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구직 경쟁은 치열해지고 급여는 확연히 하락했다.

통상 피부미용 개원가 봉직의 월급은 1000만 원 정도로 형성돼 있었지만 최근 전공의 지원자가 늘면서 300만 원, 많게는 500만 원 급감했다.

지역 내 요양병원이나 중소 종합병원에도 지원자가 넘치고 있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협회 차원에서 취합하지 않으나 개별 병원 당직의 채용 때 사직 전공의가 면접을 봤거나 채용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했다.

26일 오전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 보건의료노조의 의정갈등 관련 인쇄물이 붙어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기도 지역 개원가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의 한 종합병원에는 채용공고를 접한 상당수의 사직 전공의가 지원해 병원이 누구를 채용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지원자 입장에서 보기에 급여는 만족스럽지 않은 반면, 병원은 일반의로서 어려운 일을 맡기는 자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레지던트 임용 포기 전공의 A 씨는 "미용성형 개원가에서 취직자리를 구했다. 처우는 줄기는 했으나 그에 적응해 개원 시장이 점점 더 확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A 씨는 "구직자들도 점점 구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에 있을 군 입대 사례 등을 감안하면 처우가 안 좋아진 일반의 채용 시장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젊은 의사들의 구직난 상황에 전국 시도의사회는 일반의 채용이 필요한 지역 병의원과 전공의를 연결해 주는 '매칭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상황으로 인해 '매칭 사업'이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개원가 매칭을 노력하나 쉽지 않다. 이미 뽑을 사람 다 뽑은 경우도 있고 사실 경기도 좋지 않다 보니 빈자리가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전공의들이 지역 일자리를 찾고 의사로서 기여할 방안을 고민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을 통해 방문 진료 수요를 파악하고 기관을 연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의 취득을 위해 수련에 한참 매진해야 할 전공의 수천 명이 병원을 떠나 개원가로 쏟아진 현실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의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강원도의사회장)은 "시도의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전공의들과 함께 할 방안, 도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빠르게 의료 공백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하반기 모집은 의료대란을 부르고 지방 의료를 더 무너뜨린다. 결자해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