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메꿀 '간호법', 국회 통과는 언제쯤…의사 반발도 변수

지난해 '반대' 입장 드러내던 정부와 간호조무사도 우호적
이달 처리 힘들 듯…의사단체 “국민건강 위협, 철회해야”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연 뒤 21대 국회를 향해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 처우 개선 등에 관한 '간호법' 논의를 시작했다. 빠른 시일 내 합의되기는 어렵겠으나 여야 모두 간호법을 당론으로 택한 만큼 법안 심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가 있다면, 의사단체는 여전히 반발한다는 데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같은 당의 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 총 3건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들 간 간호사 업무 범위 표현 등에 큰 이견은 없었으나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등 쟁점 사항에서 이견이 노출됐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소위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 법안은 현행 의료법 중 간호 관련 내용을 따로 떼 간호사 등의 업무, 간호인력 수급·양성 및 근무 환경 개선 등의 사항을 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현행 의료법이 전문화되고 다양해진 간호사의 역할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세부 사안에 있어 여야 간 조율이 필요하다. 의사를 대신해 일부 업무를 도맡던 진료지원 간호사(PA) 제도화가 대표적이다. 1만 30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에 대한 법적 근거는 그동안 없었는데 이번 의대증원 사태를 겪으며 의료공백을 메우는 인력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강선우 의원안은 간호사의 진료보조(진료지원)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반면 추경호 의원안은 간호사가 의사 지도·위임 하에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 등을 할 수 있다고 PA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를 두고 대한약사회는 '투약'이 포함된 걸 두고 "약사 업무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추 의원안에 복지부도 구체적인 업무를 열거하지 말고 '진료 및 치료행위'로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과 관련해서도 여야 입장이 다르다. 야당안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 인정자로 간호조무사 교습 과정 등을 이수한 사람'으로 규정했으나, 여당안은 '그에 상응하는 교육 수준을 갖췄다고 인정된 사람'에게도 자격을 주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해 간호법 제정에는 반대했으나 전문대 교육으로도 간호조무사 자격을 딸 수 있게 하자는 여당안을 반긴다. 야당안에는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나와도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불합리한 점은 전반적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오른쪽)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호법 논의를 위해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출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4.7.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간호법은 지난해 4월(21대 국회) 민주당 의결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엔 기존 법 체계상 간호사 직역 전문성 향상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앞선 법안의 1조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조항이 간호사 단독개원을 부추길 거란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번에는 '학교·산업현장·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구체화해 논란의 소지를 줄였다.

여야 모두 간호법을 당론으로 정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간협도 "간호에 대한 법 보호 체계를 구체화하고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며 간호 서비스 질 향상과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와 달리 정부와 간호조무사도 법 제정에 우호적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사단체는 "간호법이 특정 직역의 이익을 우선 추구하고, 직역 간 분쟁을 야기해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격렬하게 저항해 왔다.

의협은 "정치권이 (의대증원과 관련한) 현 사태 해결은커녕 기름을 붓고 있다"며 "투약 등을 포함한 의료행위에 대해 포괄적 위임을 받아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결국 간호법은 환자들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야당은 간호법을 이달 임시국회에 처리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으나 법안 병합심사, 쟁점 합의 등 현실적으로 이달 내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4명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한두 달은 더 늦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