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어머니 "환자 없으면 의사 필요없고 국민 없으면 국가 필요없어"
"누구도 환자 생명 볼모로 삼으면 안 돼" 눈물 호소
"임현택 회장도 총리도 만나봤지만 사태해결 난망"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정(의료계와 정부)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배려·양보하며 진솔한 대화로 임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입니다.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필요 없다. 국민이 죽고 없으면 국가 역시 필요없다.'"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이란 희소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 박하은씨(23)의 어머니 김정애씨(68)는 4일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통해 이같이 눈물로 호소했다.
박씨는 3세 지능에 양손은 손가락이 하나씩만 있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다. 김씨는 그런 하은씨를 입양해 남편과 길렀다. 박씨는 폐 상태가 나빠 호흡 곤란 증상이 수시로 온다. 그때마다 대학병원으로 달려가 2~3주씩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씨는 "4년 전 폭설 피해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때 천안 단국대병원에 2.1㎏ 미숙아가 세상 빛을 보게 됐다"면서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나. 두려움이 앞섰지만 용기를 냈다. 태어난 지 두 달 후 한 전공의가 하은이를 안겨줬다"며 입양 계기를 전했다.
이번 사태에 김씨는 딸이 치료 못 받고 이별할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만나봤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면담도 가졌다. 양측 모두 대화하겠다는 약속은 했으나 사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답답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이 든 김씨는 삭발까지 감행했다.
김씨는 "의정갈등 해소용으로 환자들 생명이 볼모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우리는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니다"라며 "그냥 아플 때 아무 걱정 없이 치료받을 환경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두 번 다시 환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의사 파업은 없도록 법안으로 원칙을 세워달라"며 "국회의원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 중재자 역할에 충실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또 의협에 "지금껏 직무유기를 했다. 지난 2월부터 전공의를 위해 뭘 했나. 이제서야 휴진이라는 무기를 들고 정부와 환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의협은 당당하게 정부와 대화하고,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 그래야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의정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배려·양보하며 진솔한 대화로 임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필요 없다. 국민이 죽고 없으면 국가 역시 필요 없다"고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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