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노인시대 어르신 '대피소' 역할"…일차 진료를 許하라

[기고]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22대 국회에 바란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2024.07.01/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 새로운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대한한의사협회장으로서 300인의 국회의원이 만들어 갈 새로운 4년이 기대된다. 그 무엇보다 보건의료계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정부와 양의계가 22대 국회의 현명한 정치력으로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에 도달하였으면 하는 바람 역시 그중 하나다.

그 과정 중에 한의계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어 22대 국회에 건의를 드리고 싶다. 한의계는 지난 20년간 격변의 시간을 지나왔다.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와 변화의 시간을 가졌다. 침, 뜸, 한약의 전통적 치료도구를 뛰어넘어 약침과 추나 등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왔고, 과학적이고 현대화된 한의학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와 진단기기 접목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많은 한의원에서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비롯해 초음파 진단기나 뇌파진단기 등을 사용해 과학적이고 현대화된 한의학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검사 비용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정부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렇게 변해가는 미래 한의학을 통해 3만 한의사들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일차의료를 꿈꾸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병의원을 찾을 때 한의원을 통해 기본적인 일차의료를 제공받고, 한의원이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할 수 있는 지역 일차의료 거점이 된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다양한 의료전달 체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약물의 중복 및 과잉처방도 예방할 수 있고, 한의원의 다양한 치료를 통해 약물 복용 없이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다.

미래 대한민국은 노인의 시대다. 노인에겐 반드시 처방되어야 할 약물이 많다. 고혈압, 당뇨를 비롯해 다양한 노인성 질환에 약물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다양한 약물이 처방되다 보면 오남용과 부작용, 너무 많은 약물 개수로 인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작용 사례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노인의 시대가 눈앞에 닥쳐오기 전에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최소한의 약물로 미래 대한민국의 노인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의 치료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만성 요통, 관절염 등의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할 때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와 같은 약을 최소화하거나 쓰지 않고 치료한다고 생각해보자. 다양한 한의 치료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을 관리한다면 꼭 필요한 다른 약재의 효능을 높여줄 뿐 아니라 삶의 질도 훨씬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침을 비롯한 다양한 한의치료는 심리적 안정과 신경성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가족 공동체가 점점 약해지고 고립된 중장년층이 많아지는 시대에 있어서 동네 한의원은 많은 국민들에게 훌륭한 심리적 대피소(shelter) 역할을 할 수 있다. 병과 함께 환자의 생활과 역사를 살펴보는 한의학의 특성상 동네 한의원은 생활, 식이, 심리까지 건강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지역 돌봄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임상 현장에서 활동한다. 국민의 건강과 편의라는 목표만 생각한다면 의료계가 서로 반목하고 갈등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정해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고 각 경우마다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따져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과 반목은 이제 멈춰져야 한다.

한의계는 대한민국의 양방 의료가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전염병과 외상 및 응급의료 등에 있어 많은 노고와 희생을 감수하며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양의와 한의 및 의료계 모든 구성원들은 타 직능을 폄훼하고 비하하며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자를 위하고,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눈앞에 와 있는 인구 절벽과 노년 대한민국을 대비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의계는 지역 일차 의료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22대 국회에 제안 드리는 바이다.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 거의 모든 지역에 한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배치된 한의원은 정부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보건소 혹은 보건지소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공공의료 속에서 한의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대한민국 지방 의료 공백은 상당히 해소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의료수준을 갖춘 한의약과 한의사 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다. 뛰어난 입학생과 훌륭한 교육환경을 통해 매년 배출되는 한의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정부와 22대 국회에 달려 있다. 3만 명의 대한민국 한의사는 더 많은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22대 국회의 다양한 민의가 모아져 4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보건의료환경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