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전문의도 집단휴진 불참…18일 파업 신고율 4% 불과

분만·아동병원에 이어 뇌전증 교수도 휴진 불참 입장
서울의대 교수 "휴진에도 중증·희귀질환자 차질없이 진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본부장과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 등이 14일 낮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규탄 및 긴급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기자 = 분만·아동병원에 이어 뇌전증 전문의들도 의사단체의 18일 집단 휴진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의료계의 파업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휴진을 신고한 병원도 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명분 없는 휴진 결정을 철회하라며 반발했으며 각 병원 노조도 교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강제 동원을 거부한다고 휴진 철회를 주장했다. 서의대 교수들은 환자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한 듯 무기한 휴진에도 중증 환자 진료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를 향해 '상시적 의정협의체' 구성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8일로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한다고 14일 밝혔다.

◇분만·아동 병원에 이어 뇌전증 전문 교수도 휴진 불참…휴진 신고율 4%

뇌전증병원 협의체는 이날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 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협의체는 "의사들은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은 전 회원 투표를 통해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해, 같은 날 오후 2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 휴진을 결정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정부와 환자단체들은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단체의 휴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전국 약 200개 분만 병의원이 속한 대한분만병의원협회가 전면 휴진에 불참을 공식화했으며, 대한아동병원협회도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전날(13일) 뉴스1과 통화에서 "투쟁의 원칙에는 동의한다. 총궐기대회에도 참석하고 싶다. 다만 아동병원마저 휴진하면 아픈 아이들이 오갈 데 없어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같은날 오후 최용재 회장의 입장이 담긴 언론보도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라는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고 적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 의료기관들이 휴진 불참을 결정하면서 의료계의 파업 동력도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8일 당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전체 대상 3만6371개 가운데 1463개(4.02%)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강희경 위원장(가운데)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 방침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6.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보건노조 "명분없는 휴진 철회해야"…서울의대 "휴진에도 중증 환자 진료"

4년 만의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의료계 내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이미 넉 달 가까이 의료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서자 의료 현장을 지켜온 보건의료노조 등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환자 생명 외면하는 명분 없는 집단 휴진을 철회하라"면서 "병원 노동자들은 의사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 변경 업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들이 휴진으로 진료나 수술을 연기·취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예약된 환자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수술을 연기·취소하는 업무는 모두 의사들이 직접 담당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등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의사들의 행태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다르다"며 "그들의 모습은 노동자가 아니라 기득권을 이용해 민중을 탄압하고 생명권을 위협하는 자본 권력과 닮았다. 사회와 시민에 도움 되지 않는 의사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집단 휴진의 구심점이 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휴진을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서울대병원만을 믿어온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고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먼저 환자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는 의료 제공자와 소비자, 그리고 정책 결정권자가 서로 존중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며 "다양한 명령을 동원하고 고집하는 대신, 긴 안목으로 함께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상시적 의정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넉 달째 이어진 데 대해서는 "적어도 내가 나를 결정할 권리는 존중받으면 좋겠다"면서 전면 휴진의 철회 조건은 교수들과 상의해 봐야 한다는 전제하에 "정부가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확신이 들면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