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8일 총파업'에 엄정대응 예고…의협과 또 '정면충돌'
개원의 진료·휴진신고 명령, 18일 당일에는 업무개시명령
공정거래법 위반 법적 검토…2000년 당시 의협회장 유죄 판결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18일 총파업을 예고하자 정부가 집단행동의 주축이 될 개원의들에게 진료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엄정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의사 집단행동에 정부가 법적 조치를 꺼내는 등 '강대강 대치'가 거듭되고 있다.
정부는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 결과에 따라 의료법에 근거해 개원의에 대한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는 의료법 제59조제1항을 근거로 관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오는 18일에 휴진 없이 진료를 실시하라는 진료명령을 발령하고 그럼에도 당일 휴진하려는 의료기관은 오는 13일까지 신고하라는 조치를 내리게 된다.
정부는 또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의협을 상대로 공정거래법(독점경쟁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의 법적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도 "의료계 전체의 집단 진료 거부는 국민과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에 반발해 의사들이 파업을 벌였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의협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사업자 단체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공정거래법 51조1항3조를 적용해 의협에 시정명령 등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1에 "18일에는 모든 의료기관에 업무개시명령도 내릴 계획이다. 시도 보건소 등을 통해 각 기관에 안내가 될 것"이라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의 경우, 아직 총궐기가 이뤄지지 않아 법적 검토를 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의료기관 개설자)이나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 등을 할 수 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더불어 3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한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해, 이번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의료법에 따라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금지행위를 할 경우 사업자단체(의사단체)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되고, 의협 회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제로 2000년 7월 의약분업 추진에 반발한 의협 차원의 총파업 때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면허도 취소된 바 있다.
의협은 전날 오후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통해 오는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의협이 지난 4~7일 진행한 전 회원 대상 설문에 총유권자 11만1861명 중 7만800명이 참여해 63.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 결과 '정부의 의료 농단, 교육 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0.6%, '의협이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73.5%가 동의했다.
이는 의약분업에 반대한 2000년, 원격진료 추진을 규탄한 2014년,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반발한 2020년 이후 역대 4번째 집단행동이 된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2020년 때보다는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이번 투표 참여율(63.3%) 자체가 집단행동에 대한 의협 설문조사의 역대 최고치인 데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의사들 상당수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엄정 대응을 거듭 예고하면서, 의사들의 참여에 또 다른 변수가 됐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2인은 3개월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강대강 대치만 거듭돼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원의 단체장인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협의회는 의협 산하단체로서 결정에 따를 예정이다. 아직 어떤 것도 없으나, 걱정"이라면서 "정부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문제 등 집중해야지, 파업이 문제라고 생각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동석 협의회장은 "모든 의사는 증원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때려잡겠다'보다 유연한 대책, 설득을 통해 의료계와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처벌만으로 의정 갈등을 잡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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