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8일 총파업'…의사들 "왜 지금에서야" 정부 "용납 안돼"

"총궐기대회, 투쟁의 시발점"…의료계 "시기상 전혀 의미없어"
"무기한? 정부 태도에 달려"…환자단체 "패륜적 행태에 분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투쟁 선포를 하고 있다. 2024.6.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한 데 대해 의사들의 실제 참여율,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이 주목된다. 다만 의정갈등이 넉 달째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민 피로감이 쌓인 데다 의료계 내에서도 "왜 이제서야 총파업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협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대 교수와 봉직의, 개원의 등 의사 대표 300명이 참석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해 오는 18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의협은 지난 4~7일 전체 회원을 상대로 한 집단행동 찬반 설문 결과, 대정부 투쟁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유권자 수(2024년 1분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 현황 신고기준) 11만 1861명 중 7만 800명이 투표에 참여해 63.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 결과 90.6%(6만 4139명)가 "정부의 의료 농단 및 교육 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 "의협이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73.5%(5만 2015명)가 "그렇다"고 답하며 총파업에 힘을 실었다.

63.3%는 집단행동에 대한 의협의 역대 최대 투표율이다. 직역별로 보면 의대 교수 9645명, 개원의 2만 4969명, 봉직의 2만 4028명, 전공의는 5835명, 군의관·공보의·사직전공의 등 기타 6323명이 참여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전국의사 14만 의사회원은 물론 의대생, 학부모, 전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면서 "총궐기대회는 진정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투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의협은 "18일 총궐기대회를 진행한 뒤의 투쟁은 정부 태도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대표자대회 이후 기자들을 만난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18일 계획만 말할 수 있다. 정부 입장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그에 상응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단 휴진 빼고 다했다. 4개월 동안 모든 방법을 다 했다. 그러나 정부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정치적 이유로 시작된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의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정부의 폭정을 멈출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저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의협은 이날 대한의학회·의대 교수단체·개원의단체·봉직의단체·여의사단체 등의 대표들이 연대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향후 계획을 발표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사직서나 휴학계를 낸 전공의나 의대생 단체 대표들은 자리하지 않았다. 이들이 의협 방침에 호응한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이에 대해 최 대변인은 "전공의와 의대생은 이미 4개월 투쟁 일선에 있었고, 이제는 이 문제를 정부와 의협이 해결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초대했으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지 않고 개별적, 자율적으로 참석하는 걸로 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의협 등에 유감 입장과 2025학년도 의대정원 절차가 마무리됐음을 거듭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브리핑'을 열어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사회적 신뢰가 몇몇 분들의 강경한 주장으로 한순간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브리핑에 동석해 "2020년 의대정원 확대 시 의료게에서 총파업을 했는데 그때 개원의의 경우 10% 미만의 집단휴진 참여율을 보였다"면서 "휴진율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휴진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투쟁 계획에 환자단체는 즉각 규탄 성명을 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의사단체들은 의사 본분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긴급 성명서를 내고 "의협의 파업 선언은 국민 건강은 내팽개치고 집단 이익만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라며 "환자를 버리는 패륜적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2020년에 비해서는 이번 총파업의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다만 높은 참여율을 기대할 수 있는 건 18일 하루뿐, 장기전이나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경우엔 2020년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속 교수는 "의협 집행부만 의욕이 넘치는 것 아닌가 싶다. 왜 이제야 파업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늦었다"면서 "의협 주도 행동에 교수들이 참여할지도 모르겠고, 개원의들도 투쟁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시도의사회 부회장은 "의협이 시도의사회 등과 연결도 안 돼 있다. 교수들도 표면적으로만 동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파업은 사실 시기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는 파업이다. 전공의들도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