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돌아오라" 최후통첩…빅5 "복귀 문의는 와도 실행 미지수"

고연차 2910명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취득 자격 상실
병원 "움직임 없다"…정부, 입학전형 시행계획 마무리방침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지 3개월이 경과한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20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와달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된다. 고연차 전공의는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 부족으로 내년 전문의 시험 볼 자격을 잃는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생기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은 1년 늦어질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서울지역 대형 상급종합병원,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을 비롯해 울산대병원·경북대병원·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 등 전국 200여개가 넘는 전공의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5 병원 한 관계자는 "현재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 없다"고 했으며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병원 교육수련부나 진료과로 전공의들의 복귀 문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복귀로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대구지역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첫 이탈 시기인 2월 20일쯤과 비교해 변동 사항은 없다"며 "전공의들의 시험 지연으로 병원 내에서 전문의 수가 감소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할 3·4년차 레지던트(3년차 과정 포함)는 총 2910명이다. 이들 중 필수의료 분야 레지던트는 1385명으로 48%다. 내과 656명, 외과 129명, 산부인과 115명, 소아과 124명 그리고 응급의학과 157명, 신경외과 95명, 신경과 86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3명이다.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5.1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문의 취득이 1년 연기되면 국가적으로 내년에는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중보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의 붕괴 위기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도 전공의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최근 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을 고발한 경험이 있는 정근영 사직 전공의(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뉴스1에 "2월 말 사직서를 낼 때와 달라진 게 없고, 복귀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근영 사직 전공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의대증원·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돌아갈 만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면서 "전문의 배출이 안 되는 일은 정부도 부담될 텐데 또 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특히 정부는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전공의에게 이탈기간 일부를 수련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는 유화책도 낸 상태다. 휴가 또는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받지 못한 전공의는 수련받지 못한 기간 중 1개월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도록 돼 있다.

정부는 이 규정을 근거 삼아 최대 30일을 예외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으로 인한 근무지 이탈은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없어 1개월이 제외되지 않는다"고 설했다.

박 차관은 또 "의료계 일각에서는 추가 수련 기간을 산정할 때 근무지 이탈 기간에서 1개월을 공제하고, 수련 필요 기간 산정 시에는 휴일을 임의로 제외하거나 포함하는 등 복귀 시한이 8월까지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합당한 법 해석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료계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하루빨리 응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법부 판단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시행계획을 마무리 짓고 의료개혁에도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의대 증원 문제가 사실상 일단락된 만큼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달라"며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또는 1년 유예와 같은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걸지 말고 형식과 논제에 구애 없이 언제든지 대화의 자리로 나와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오는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개최해 증원분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의대 운영 40개 대학 총장과의 영상 간담회에서 "변경된 시행계획과 수시 모집요강을 31일까지 공표해달라"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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