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1주일…‘의대정원 자율’ vs ‘원점재검토’ 강대강 대치

정부, 의대 증원 인원 50~100% 범위서 자율적 모집 허용
의료계 "원점 재검토해달라"…환자단체·보건의료노조 반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4. 4. 18/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섰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가시화될 예정이다. 의대생들은 각 대학교의 의대 입시와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회복 가능기간이 1주일 남았다"는 의료계의 전망대로 이번 주가 의대증원 사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의대정원 자율모집 허용…이번주 대학별 감축 폭 결정해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2일 조규홍 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개최하고 대책본부 제1총괄 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나서 회의 내용을 발표한다. 정부가 의대증원 수와 관련해서 한발 물러났음에도 의료계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대응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별 브리핑을 열고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서 대학들에 이달 말까지 결정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2025학년 대학입학 수시모집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만큼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해당 대학들은 의대 정원 감축 폭을 이번 주 중에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숫자가 정해지면 더이상 물릴 수 없는 의대증원 규모가 된다. 이를 저지하려는 의료계의 저항이 거셀 전망이다.

정부는 전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장에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내정했다. 이번 주 내에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료개혁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 체계 공정성 제고를 골자로 하는 '4대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식이나 규모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의료계 '원점 재검토' 정부 압박…의대교수, 25일부터 사직 시작

의료계는 '의료개혁 원점 재논의'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구성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20일 정부의 의대 정원 자율 배정 방침에 대해 "고심의 결과라고 평가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정말 별로 없다. 25일에는 교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고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5월부터는 사직하겠다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면서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원점 재논의라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전했다.

김성근 위원장은 의료개혁특위에 대해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할 위원회 및 기구를 만드는 건 정부 고유의 역할이지만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한 특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게 의미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3월 말에 위원 추천 공문을 정부에서 보냈고 당시 의협은 차기 집행부가 답을 하기로 했다. 단지 이미 불참 의사를 임현택 차기 회장이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21일 호소문을 통해 전공의와 학생들의 복귀, 2025학년도 입학 전형 일정을 고려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동결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2026학년도 이후 입학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방에 있는 32개 의과대학 학생 1만 3000명은 22일 각 대학 총장과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 계획 변경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앞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대증원 2000명은 불법이기 때문에 대학 총장들이 의대증원분을 반영한 시행계획(및 입시요강)을 수험생들에게 발표하면 이 또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충북대학 등 국립대학은 그 소유자가 ‘대한민국’이므로, 가처분소송의 피고를 '대한민국 및 충북대총장'으로 기재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지법 서관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8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생각에 잠겨 있다. 2024.4.14/뉴스1 박지혜 기자

◇환자단체 "환자 생명부터"…수련병원 전임의 계약률 60% 육박

정부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는 것과 관련해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비판에 나선다.

중증질환연합회‧보건의료노조는 22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앞에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환자가 죽어간다면서 의사들은 조건 없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할 방침이다. 또 조속한 진료 정상화가 민심이라면서 정부는 강대강 대치를 그만하고 대화 자리를 마련하라고 요구할 전망이다.

중증질환연합회‧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의료개혁이 최대의 민생현안"이라면서 "정부와 국회는 환자 생명을 살리고 필수 중증·응급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하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수련병원과 계약한 전임의 수가 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100개 주요 수련병원과 계약한 전임의는 전체 계약 대상 전임의 중 55.6%를 나타냈다.

수도권 '빅5 병원' 전임의 계약률은 57.9%다. 전공의 사직과 이탈이 시작된 지난 2월 29일 전임의의 동참으로 계약률은 100개 수련병원 33.6%, 빅5 병원 33.9% 수준을 나타냈다. 계약률은 상승세를 나타내다가 최근 들어 공보의 소집해제와 군의관의 전역과 맞물리면서 급증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