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논의" vs "尹 결자해지"…의료공백 첫 환자 사망(종합)

대화하자는 정부에 의료계 총파업 강수…공수 바뀐 의·정
부산·전라도서 진료거부로 환자 사망…교수 사직 잇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건동 캠퍼스 대회의실로 향하던 중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최성국 남승렬 기자 = 의과대학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의 충돌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 면허정지 등 압박 일변도의 정부가 태도를 바꿔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의료계는 2000명 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강경파 지도부의 등장으로 의료계에서 총파업까지 언급하며 오히려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런 가운데 지방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진료를 거부당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긴급대응팀을 현지에 파견, 사태 파악에 나섰다.

◇대통령실 "2000명 배정 완료, 조건없이 대화" vs 의협 "尹 결자해지, 총파업 불사"

정부는 27일 대화를 위해 의료계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논의 의제로 △내년도 예산 △의료 개혁 4대 과제 이행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의료계가 요구한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는 제외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책임 있는 대표단을 구성하여 정부와의 대화의 자리로 나와주시길 바란다"며 "정부를 믿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 건설적인 논의를 함께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처우 향상을 위해 신설될 필수 의료 특별회계 내에 담을 예산과 관련해 전공의 여러분의 경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00명 증원은 대학별 배정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전제 조건 없이 다시 한번 대화에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2000명 증원 철회를 넘어 복지부 장차관의 파면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택우 의협 의대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께서 직접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현 상황 타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의협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전날 당선 소감을 통해 "대화의 전제 조건은 이 사태를 초래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2차관에 대해 경질이 아니라 파면하는 것"이라며 "또 이 사태의 기획자인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에 대한 국민의힘 비례 공천을 취소하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당선자는 이어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대화를 촉구하고 의료계가 사과를 요구하며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다.

박 차관은 의협의 총파업 언급에 대해 "(의협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는 정부는 의료계와 지금 계속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이미 대화 협의체가 구성됐다"며 "새 의협 회장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아마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교수 사직행렬 잇따라…전라도·부산서 응급진료 거절로 환자 사망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처음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라도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A 씨(여)가 3일간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에서도 90대 노인이 심근경색으로 대학병원을 방문했으나 응급진료를 거절당해 울산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끝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두 사건은 모두 의사 집단행동 피해사례로 복지부에 접수됐다.

박 차관은 이에 "신고된 내용을 점검했고, 현장 확인을 거치기로 했다"며 "복지부가 현장 확인팀, 긴급대응팀을 파견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이탈과 의대교수 사직서 제출로 의료공백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병상을 밀며 이동하고 있다. 2024.3.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5일부터 시작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사흘째 이어졌다.

전남대에서는 이날 의대 교수 50여 명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조선대 의대도 이날까지 교수 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구지역에서는 대구가톨릭대 교수 8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전날까지 100명 이상의 의대 교수가 사직행렬에 동참했다.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첫날에만 1000명 넘게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에 합류했다.

빅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가톨릭대의대 교수들은 오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결정으로 국내 빅5 병원 교수들 모두 이번 주 안에 사직서를 내게 됐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들, 울산대의대-아산병원, 연세대의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 25일부터 사직서를 개별적 또는 집단으로 제출했다. 성균관의대-삼성병원 교수들도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한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