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4인 연합' 손에…임종훈, 반전 카드 있나

형제 측 임종윤 이사, 모녀 포함 4인 연합에 지분 5% 넘겨
4인 연합, 사실상 그룹 경영권 장악…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왼쪽)와 임종훈 대표. ⓒ News1 이훈철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오너가 형제 측(임종윤·종훈)과 대주주 4인 연합(송영숙 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회장·라데팡스 파트너스)이 다투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4인 연합 측과 화합하면서다. 업계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에게 4인 연합과의 협의와 자진 사임 카드가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4인 연합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의 사이언스 지분 5%를 매입하는데 합의했다.

앞서 임종윤 사내이사는 지난 24일 4인 연합 측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라데팡스 파트너사 자회사인 킬링턴 유한회사 등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킬링턴은 라데팡스가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이다.

임종윤 사내이사는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중 205만 1747주를 신동국 회장에게, 136만7831주는 킬링턴에 각각 팔기로 했다. 주당 처분단가는 3만 7000원이다. 이번 매각으로 1265억 원을 현금화할 전망이다. 매각일은 2025년 1월 27일이다.

임종윤 이사는 이 돈으로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신동국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4.97%에서 17.97%로 늘어나게 된다. 라데팡스 지분은 5.03%에서 7.03%로 증가할 예정이다. 거래가 마무리된 후 4인 연합 측에 우호적인 지분은 49.42%가량이 된다.

임종윤 이사가 4인 연합 측 편을 들게 되면 이들의 지분은 54.42%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감안하면 4인 연합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4인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절반이 넘는 6인의 이사를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4인 연합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 상대방인 임종훈 대표 지분은 9.27%가량이다.

사실상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장악한 4인 연합은 2025년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해임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동안 강조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임종훈 대표에게 남은 카드가 4인 연합과 협력하거나 자진해서 사퇴하는 방안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훈 대표는 "형님(임종윤 사내이사)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 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걸로 알려왔다"면서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4인 연합 측은 임종윤 이사와의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할 계획이다.

4인 연합 측 관계자는 "한미는 하나의 큰 방향성을 갖고 '글로벌 한미'를 향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임종윤 주주도 4인 연합에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