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대주주 3인 연합, 이사회 소집…5대 5 이사회 결정권 향방은?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갈등의 2차전이 될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만간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소집될 전망이다.

한미약품 최대 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이사회가 동률이기 때문에 의장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등 대주주 3인 연합은 대표 해임이 걸린 중요 업무인 만큼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형제 측 제안으로 열리는 이번 주총에는 3인 연합 측으로 분류되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를 해임하고 형제 측이 추천한 박준석·장영길 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와 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기 위한 3인 연합의 제안으로 열렸다면 이번 한미약품 주총은 형제 측 공세에 3인 연합이 방어를 해야 하는 형국이다.

형제 측이 장악하고 있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을 추진하려는 3인 연합과 주력 회사인 한미약품의 경영권을 놓칠 수 없는 형제 측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

이번 표 대결의 최대 관심사는 한미약품의 최대 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다.

한미약품은 41.4%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최대 주주로 있다. 이어 △소액주주 39.1% △국민연금 9.43% △신동국 7.72% △한양정밀 1.42% 등의 지분 보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40%를 넘는 지분을 소유한 한미사이언스의 결정에 따라 한미약품 주총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앞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형제 측과 3인 연합 측 인사 5대 5 동률로 구성되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양측이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박재현 대표의 해임을 막아야 하는 3인 연합은 이사회 규정에 따라 대표 해임 건과 같은 중요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3인 연합 측은 조만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소집 청구에 나설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정기 이사회는 의장이 소집하고 임시 이사회는 의장 또는 대표이사가 소집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는 임종훈 대표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사들도 이사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어 3인 연합이 이사회를 개최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이사회 의장(또는 대표이사)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는 경우 이사회 소집을 청구한 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소집일을 정하고 하루 전까지 각 이사에게 통지하면 열린다. 이사회는 과반 출석에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안건이 통과되는 구조다. 3인 연합 측이 이사회를 소집한 뒤 5명의 이사가 출석해 안건을 결의하면 나머지 형제 측 이사 5명이 불참하더라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형제 측도 3인 연합 이사회 소집에 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반면 형제 측은 이사회가 동률인 상황에 안건을 부의해도 결론 나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인 임종훈 대표가 결정권을 위임받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쌍방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거나 내년 3월 정기 주총까지 경영권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