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바이오 업계 "약가제도 개선 시급…해외 M&A 전략 필요"(종합)

"바이오벤처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 연구개발비 부족 여전"
"국가필수의약품·원료의약품 자급화 목표로 지원책 세워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6일 서울 서초구 협회 회관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2024 프레스 세미나'를 진행했다. 노연홍 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2024.11.06/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글로벌 시장 출시 1년 내 국내 시장에 상륙한 신약이 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인 18%에 한참 미달해, 국내 약가제도가 산업계의 R&D(연구개발)를 유인하고 시장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각국이 원료의약품(API) 수급난으로 의약품 공급 부족 현상을 겪는 가운데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고, 의약품 부족 예측·대응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제언도 이어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6일 서울 서초구 협회 회관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2024 프레스 세미나'를 진행했다.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 신약 가격의 현실화를 강조했다.

신약 약가 협상은 대체 가능 약제, 외국 약가 등을 고려해 이뤄진다. 기존 약을 대체하는 약제를 개발할 때 건강보험 당국은 인하된 대체 약제의 가중 평균가를 참조하게 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R&D 과정에서 예상한 약가와 편차가 큰 약가를 통보받기도 한다.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유 교수는 "대체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 질환군이나 기존 대체 약제 대비 효과가 월등히 개선된 신약을 개발하는 건 국내 업계에서 단기간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국내 발매되지 않고 해외에만 출시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유 교수는 "필수 의약품의 약가가 합리적이어야, 제약 주권도 확보할 수 있다. 의약품 수급 불안, 자급도 지표 하락과도 연관된 문제"라며 "약가 등재 방식이 고도화돼야 하고, 해외 시장에 수출할 만큼 실효성 있는 신약의 개발 지원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밝혔다.

신약 개발 과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 업체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인정할 만한 계획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강연자로 나선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바이오 산업엔 죽음의 계곡이 이어진다"고 운을 뗐다.

우 이사는 국내 바이오 기업에 벤처캐피탈(VC)과 PE(프라이빗에퀴티) 등의 투자 유치, 오픈이노베이션 협력 등이 요구된다고 봤다. 또 옥석을 가리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기술력, 주요 인력의 역량, 생동력, 회복탄력성(생존력) 등을 거론했다.

우 이사는 "바이오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정부, 민간, 기관, 금융, 투자, 규제 등의 좌절의 경험을 여러 번 해봐야 한다. 그 좌절의 경험에서 바이오 섹터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레퍼런스를 쌓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뒤이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M&A(인수합병) 성공사례와 시사점에 대해 강연한 한종수 신한투자증권 팀장은 "한국 바이오 기업은 신약 개발과 R&D 중심 전략 외에 글로벌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종수 팀장은 "특히 한국 기업들이 AI(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등 신기술을 가진 해외 바이오 기업의 인수에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또 단기적인 시너지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목표로 한 M&A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종수 신한투자증권 팀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전 세계 원료의약품 시장 비중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며 자급화 노력 없이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 제약산업 선진국에서도 의약품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엄 전무는 "정부가 해외 의존도 높은 국가필수의약품, 원료의약품의 자급화를 목표로 생산기술을 지원하고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 의약품 부족 예측·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공급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이라면서 "보건산업 진흥 정책이 약가정책과 부정합하는 산업계 현실에 투명성과 미래 예측성이 떨어져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국내 제약사 R&D 규모는 약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고, 파이프라인 개수 역시 같은 기간 10% 이상 증가했다"며 "산업계는 여러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