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100조 시장’…K-제약바이오, 비만약 개발 어디까지 왔나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 환자모집 진행…개발 선두 주자
동아·유한·일동·대원·대웅 참전…프로젠·인벤티지랩·펩트론 두각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는 2030년 100조 원 규모를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일동제약, 대원제약, 대웅제약이 비만 약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벤티지랩과 펩트론은 플랫폼 기술에 기반을 두고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개발이 가장 빠른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 비만 치료부터 관리, 예방에 이르는 전 주기적 관리를 모색하는 'H.O.P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H.O.P 프로젝트 치료제 부문 일환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환자모집을 개시했다.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임상은 오는 2026년 상반기 종료될 전망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장기 지속형 GLP-1 계열 약물이다. 과거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력 등이 확인됐다. 또 주요 심혈관계·신장 질환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수술적 요법에 따른 25% 내외 체중 감량 효과에 버금가는 효과를 확인한 'HM15275'를 개발 중이다. GLP-1 제제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손실을 방지해 체중 감량의 퀄리티를 개선하고 요요 현상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이다. 임상 1상 단계를 밟고 있다.
바이오 기업 프로젠도 비만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만·당뇨병 치료제 'PG-102'(MG12)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 글로벌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PG-102는 프로젠의 NTIG 기술에 기반한 GLP-1·GLP-2 이중 작용제다. 프로젠에 따르면 PG-102는 비임상 시험에서 뛰어난 혈당 강화 효과와 지방 감소 효과를 보여줬다. 1a상에서는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DA-1726'을 개발 중이다. DA-1726은 임상 1상 파트1 부문에서 비만 환자 45명 모집을 완료했다. 파트2 다중용량상승시험은 비만 환자와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말초 기초대사량 증가 등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유한양행은 비만·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물질 'BI 3006337'를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했다. 임상 1상이 현재 진행 중이다.
BI 3006337는 GLP1R‧FGF21R 이중 작용제다. 제넥신의 약물지속형 플랫폼 기술(HyFc)이 접목된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인체 내 호르몬이다. FGF21은 혈당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에너지 대사와 지방 활용, 지질 배설을 증가시킨다.
일동제약은 경구용(먹는) 비만·당뇨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다. 임상 1상에서 환자모집을 개시했다.
ID110521156는 GLP-1 RA 계열 신약 후보물질이다.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한다. GLP-1 호르몬은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생성된다. 체내 인슐린 합성과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제약은 바이오 기업 라파스와 협업해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 치료제 'DW-1022' 1상을 진행 중이다. DW-1022는 간편하게 붙이는 패치 형태다. 환자들이 직접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1mm 이하의 미세 바늘을 활용해 체내 전달률이 우수하고, 피부에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GLP-1 유사체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자체 플랫폼 '클로팜'을 활용해 전임상을 완료하고 효능 등 데이터를 확보했다. 오는 2025년 초 임상 1상을 개시할 방침이다.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치료제는 팔·복부 등 각질층이 얇은 부위에 1주일에 한 번 붙이기만 효능이 나타나는 제형이다. 신경세포를 건들지 않아 통증이 없으며, 기존 주사제와 비교할 때 동일한 약효를 갖는다. 상온 보관이 가능해 주사제처럼 유통 과정에서 콜드체인 시스템도 필요 없다. 몸에 부착된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혈관을 통해 GLP-1 약물을 전달한다.
디앤디파마텍은 주요 파이프라인 'DD02S'의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DD02S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DD02S는 동물시험에서 생체이용률이 경쟁약 대비 10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투과 촉진제와 안정화제를 통해 소장 흡수율과 안정성을 극대화한 물질이다.
인벤티지랩은 세마글루타이드에 기반한 1개월 비만 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21'의 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제형 연구 결과를 국제학회에서 발표했다. 유한양행과 상업화 계약을 맺고 임상 1상 승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펩트론은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스마트데포'를 통해 비만 약 '마운자로'를 보유한 일라이릴리와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평가 종료 시점인 약 14개월까지 릴리가 스마트데포를 활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릴리가 스마트데포를 적용해 개발할 약물 품목 등 세부 사항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공동 연구 대상이 다수의 약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마운자로나 차세대 비만 치료 물질 '레타트루타이드'에 장기 지속형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초 개최된 미국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올해의 바이오 핵심 키워드로 꼽혔다. JP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4조 원가량이다. 오는 2030년에는 1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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