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물보안법', 마냥 웃을 때인가…"정책 지원 필요" 신중론 부상

[생물보안법 진단]② "법안 통과·유예 기간 등 지켜봐야"
기술력 일본·후발주자 인도 등 눈독…"글로벌 경쟁력 중요"

편집자주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미 하원을 통과하면서 바이오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세계 바이오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1은 생물보안법 통과가 국내 바이오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우려에 대해 살펴보고자 총 2편의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의약품 완제 생산 공정에서 약 병(바이알)이 세척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미국 생물보안법안이 국내사에만 수혜를 줄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자국 안보와 관련해 일부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긍정적 신호지만 법안 통과 절차가 남았고, 유예 기간이 길어 중기 과제로 대비를 하면서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등 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으므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관련해 세제혜택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美생물보안법, 위탁개발 분야서 긍정적…법안통과 등 신중히 지켜봐야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최근 생물보안법안을 찬성 306, 반대 81로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안보와 관련해 우려되는 생명공학 기업과 계약하거나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중국 임상시험위탁기관(CRO),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유전체 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CDMO 기업인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 유전체 기업인 BGI 지노믹스, BGI에서 분사한 MGI 테크 등이 해당한다.

앞서 일각에서는 CDMO 선도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팜테코, 에스티팜, 후발주자인 한미약품, 차바이오텍,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이 생물보안법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봤다.

에스티팜 연구원들이 바이오리액터를 점검하고 있다.(에스티팜 제공)/뉴스1 ⓒ News1

실제로 에스티팜은 지난달 연간 수조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블록버스터 신약의 저분자화학합성의약품(small molecule) 공급사로 선정됐다.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이나 글로벌 상위 10위 안에 드는 제약사로 알려졌다.

이번 원료공급사 선정은 기존 중국 기업에서 에스티팜으로 변경된 건이다. 그동안 중국이 공급하던 원료를 이번에 에스티팜이 가져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법안 통과까지 절차가 남았고, 통과 시에도 유예기간이 길다는 점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종 입법을 위해서는 상원 본회의 결의와 대통령 서명이 필요하다.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시 양원 본회의에서 투투표해야 한다.. 양원 본회의 통과 시 대통령 서명을 받아야 한다. 법안 유예 기간은 오는 2032년 1월까지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CDMO 기업 중 선도 기업은 위탁생산(CMO) 공장 가동률이 이미 완전가동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CMO 수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공장 가동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이번 생물보안법과 관련해 경쟁력, 트랙레코드 등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것도 아니고 통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예 기간이 길게 남아 있다"면서 "각 기업이 위탁개발(CDO), CMO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차원 선도기업·후발기업 지원 나서야…일본 후지필름·인도 기업 등 공세"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니라 CDMO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인도 또한 이번 생물보안법과 관련한 기회를 목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CDMO 기업이 경쟁력을 더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 후지필름은 CDMO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지필름이 최근 2~3년간 미국 바이오 CDMO 시설 확장을 위해 투자한 자금은 32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제3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뉴스1 ⓒ News1

앞서 후지필름은 2021년 3월 북미 최대 세포배양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 지역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를 선정하고 20억달러(약 2조 6000억 원)를 투자해 8개의 2만리터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를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후지필름은 올해 4월 12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계획에 따라 구축되는 후지필름 노스캐롤라이나 시설은 오는 2025년과 2028년 각각 가동될 전망이다.

인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분석한 '인도 의약품 CDMO 투자 및 산업동향'에 따르면 인도 CDMO 기업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35~40%가량 저렴한 제조 비용으로 CDM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후지필름이 미국 현지에 투자해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건 처음 본다"면서 "일본은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글로벌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후발 주자를 각각의 방식으로 돕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성격에 맞게 투 트랙 전략으로 구분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