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 강등'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직 유지…임종윤 대표 선임안 부결

한미약품 이사회, 박 대표 손 들어줘…독자 경영 탄력
송영숙 등 3인 연합, 이사회 과반 이상…갈등 지속 전망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독자 경영 체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미약품(128940) 이사회는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부결했다.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이전처럼 박재현 대표가 계속 맡게 됐다.

이날 이사회는 임종윤 이사 제안으로 개최됐다. 임 이사와 박 대표를 비롯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10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비롯해 일부 이사는 전화 회의 방식으로 비대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대표이사가 직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한미약품 독자 경영'에 탄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미약품에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한 데 이어 29일 한미사이언스(008930)에 종속된 회사가 아닌 한미약품만의 독자적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표는 이로 인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로부터 전무로 강등되는 인사 조치를 당한 데 이어 대표직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지만 이사회 결정으로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날 이사회 결과는 이사회 인원에 따라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대주주 연합(3인 연합)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10명 중 7명을 차지하고 있다. 반수 이상이 3인 연합 측 인사인 셈이다.

올해 초 임종윤·종훈 형제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본인들을 포함해 신동국 회장, 남병호 이사 등 4명을 새로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했다. 신동국 회장이 모녀 측 편에 서면서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7대 3으로 3인 연합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이사회에서 대표 교체가 부결됐지만, 현 구도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형제 측 임종훈 대표가 이끌고 있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그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진과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3인 연합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총 등을 추진하고,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를 통해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3인 연합은 지난달 29일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의안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는 1호 의안과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 비상무이사 1인)을 선임하는 2호 의안이다. 임시 주총은 청구 시점으로부터 두 달여 뒤에 개최된다.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개최하지 않을 시 3인 연합은 법원에 임시 주총 개최를 허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1~2개월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