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알테오젠 기술 독점' 美 머크, 키트루다 '원조' 가치 수성 모색

특허 만료 후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대비 목적인 듯
알테오젠, 조건 충족에 따라 최대 5700억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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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미국 머크(MSD)가 국내 바이오벤처 알테오젠(196170)과 지난 2020년 체결한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공급계약을 전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테오젠은 22일 MSD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품목에 대한 의약품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ALT-B4' 공급 계약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MSD는 정맥 주사 제형을 피하 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알테오젠의 기술에 대한 전 세계 독점권을 갖게 된다.

이 계약은 지난 2020년 비공개 방식으로 체결한 것이다. 당시 알테오젠은 계약상대방과 기술 적용 품목에 대해 비밀유지 조건을 달았으나, 이번에 키트루다 품목에 한해 기술 공급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계약을 변경하고 계약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양사는 키트루다에 한해 독점적 기술 공급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보상 등 기술료를 증액하기로 했다. 반환 의무없이 알테오젠에 추가로 지급하는 계약금만 267억원 상당으로 알테오젠 지난해 매출액의 92.7%에 해당한다. 이외 향후 기술료로 상업 개발 단계에 따라 최대 약 5700억 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전 세계 환자들에게 삶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MSD와 이번 변경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MSD의 이러한 투자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수성책으로 관측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주요 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 이후 출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SD에서 특허 연장도 추진하고 있으나 물질특허 이외에는 우회 출시가 가능한 만큼 확실한 시장 독점 기한은 4~5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MSD는 기존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변경할 수 있는 알테오젠의 ALT-B4를 주요 제품 차별화 전략으로 낙점한 것이다. 이 회사는 알테오젠의 키트루다 대상 ALT-B4 기술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변경하면서 바이오시밀러의 피하주사 제형 출시 가능성을 저지할 수 있다.

실제 셀트리온의 경우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 변경에 먼저 성공하면서 미국식품의약국에서 오리지널 개발사보다 앞서 독점적인 신약 지위를 획득하며 제형 변경의 잇점을 취한 상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가 제형 변경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다면 원개발사 입장에서 시장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면서 "기술 파트너를 선점하고, 독점적 계약을 통해 후발주자의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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