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ITC에 ‘휴젤 영업비밀도용' 혐의 제외 신청…왜?

재판부 ‘균주 절도’에만 집중…메디톡스 “심리 간소화 가능”
증거심리 후 예비판결 6월10일‧최종판결 10월10일 예정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위)과 휴젤 보툴렉스.(각 사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메디톡스(086900)가 휴젤(145020)과 소송 중인 미국 재판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균주와 관련한 영업비밀침해 조사 중 일부를 제외해달라고 국제무역위원회(ITC) 신청했다. 불필요한 쟁점을 일부 없애 심리를 간소화하고 소송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메디톡스와 휴젤의 ITC 소송은 증거심리 등의 절차를 밟은 후 오는 6월10일 예비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균주 절도’ 조사 그대로…‘균주 영업비밀 도용’ 조사 제외 신청

24일 ITC에 따르면 메디톡스를 대리하는 퀸 엠마뉴엘은 지난 18일(현지시간) ITC 재판부에 휴젤을 상대로 제기한 혐의 가운데 균주와 관련한 영업비밀 도용 혐의에 대한 조사 종료를 신청했다.

메디톡스가 휴젤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ITC에 제소한 사유는 크게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절도 △균주와 관련한 영업비밀 도용 등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이번에 조사 제외를 신청한 사유는 영업비밀 도용과 관련한 내용이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절도와 관련된 부분에만 재판부 등이 집중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신청을 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12월15일 ITC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이번 메디톡스와 휴젤 소송에서 중심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ITC 재판부는 현지시간으로 22일 메디톡스의 균주 관련 영업비밀침해 조사 제외 신청을 받아들였다. ITC 재판부는 앞으로 균주 절도와 관련해 심리를 집중할 전망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분쟁 쟁점 중 일부를 없애 심리를 간소화하고 재판부와 각 기업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와 휴젤이 벌이고 있는 ITC 분쟁 일정.(ITC 제공)/뉴스1 ⓒ News1

이번 소송의 예비판결은 오는 6월10일에 나올 전망이다. 메디톡스와 휴젤은 앞으로 사전심리회의, 증거심리, 최종증거목록 제출 등의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ITC에 따르면 최종 판결은 올해 10월10일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6조원 규모…국내사 분쟁만 2건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보툴리눔균이 생산하는 신경 독소를 공정을 통해 의약품으로 만든 약이다. 신경기능 이상에 따른 근육 경련 장애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주름 제거를 위한 미용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의약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2022년 기준 9조3000억원 가량이다. 이 중 미국 시장 규모만 6조원이다. 국내 주요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은 파트너사와 협력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도 한마디로 미국 시장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와 관련해 발생한 분쟁만 2건이다.

메디톡스는 휴젤과 벌이는 ITC 소송에 앞서 대웅제약과도 일전을 벌인 바 있다. 대웅제약이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수출명 주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시점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ITC에 제소했다.

ITC는 미국으로 수입된 상품 등이 자국에서 판매될 때 불공정한 경쟁 방법 또는 불공정한 행위가 이뤄져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 등에 대해 조사하는 기관이다. 조사 후 ITC는 해당 상품 수입을 배제하는 명령을 내리거나, 불공정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명령할 수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인 ITC 소송은 메디톡스와 메디톡스 파트너사 미국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 파트너사 에볼루스 등 3자가 합의에 이르면서 철회됐다. 합의에 따라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미국 내에서 나보타를 판매‧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했다. 에볼루스는 합의금과 매출에 대한 로열티 등을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했다. 추가로 메디톡스에 보통주 등도 발행했다.

◇메디톡스, 美 시장 노리는 휴젤 상대로 제소…전말은?메디톡스와 휴젤은 2022년 3월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을 위해 필요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등과 관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휴젤은 지난 2018년 8월 미국과 유럽 사업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의 미국 자회사 크로마USA와 함께 휴젤아메리카를 설립했다. 2022년 10월 FDA에 자사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4월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보완을 완료한 후 보툴렉스 품목허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해 놓은 상태다.

메디톡스는 ITC에 휴젤을 제소하면서 소장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또 ‘ITC가 휴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야 하며, 해당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적시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2월 비동물성 액상 톡신 제제 ‘MT10109L’에 대한 품목허가를 FDA에 신청했다. 올해 초 MT10109L 미국‧캐나다 시장 진출을 위해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현지법인 루반타스를 설립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