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급여정지 과징금 대체 법안, 복지위 법안소위 ‘보류’

“급여정지, 사실상 의약품 시장 퇴출…과도할 수 있어”
복지부 "급여정지 강력한 제재수단…과징금으론 근절 안돼"

리베이트 약제 처분 세부운영지침.(보건복지부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리베이트에 적발된 의약품의 보험급여 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고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보류됐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의약품 유통문란 행위를 한 제약사에게 벌금이나 과징금을 통해 처분의 목적을 달성하고 보험급여 정지에 따른 환자들의 의약품 선택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리베이트 근절과 환자 건강권 비침해 등 정책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소위원회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심사했다. 법안소위는 그러나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부딪혀 해당 법안을 법안소위에 계류시켜 계속 심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21대 국회 임기내 입법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법안은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해당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고 보험급여를 정지하는 행정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게 골자다. 특히 과거에 적발된 리베이트 사례에도 과징금 대체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리베이트에 대한 처분은 ‘리베이트 약제 상한금액 감액, 요양급여의 적용정지 및 과징금 부과 세부운영지침’에 따라 1·2차 위반 시 약제 상한금액 감액, 3차 이상 위반 시 급여정지(필수의약품 과징금 대체) 등이 이뤄지고 있다.

제도 변경 적용 시점에 따른 리베이트 처분 사례.(보건복지부 제공)/뉴스1 ⓒ News1

세부운영지침에 따르면 2009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위반행위를 한 제약사와 의약품에는 약가인하 처분이 내려진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라 2014년 7월부터 2018년 9월에 이뤄진 위반행위에는 급여정지 또는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2018년 8월 건보법 개정 이후 급여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 처분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지만 개정 전(前) 처분에 소급 적용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법률해석상 여전히 급여정지 행정처분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심사가 보류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은 리베이트 약제 급여정지 처분으로 해당 의약품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금이 증가하고 대체 의약품을 복용해야하는 환자 건강권 침해 가능성 등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급여정지 처분을 받은 약제의 보험약가보다 비싼 동일 성분 약제가 처방‧판매될 시 결과적으로 약제비가 증가해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부담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개정법 발의 이유 중 하나다.

국회 입법취지를 반영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면서 환자 약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크게 2가지다.

김민석 의원은 리베이트 관련 약제에 대해 약가인하 및 급여정지 처분을 삭제하고 요양급여청구 총액 기준 1차 100%, 2차 125%, 3차 150% 과징금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과징금 부과대상에는 의약품도매상과 의약품판매대행사(CSO)를 추가했다.

이종성 의원안은 리베이트 관련 약제에 약가인하 처분을 1차 적발시 5년, 2차 적발시 10년까지 약가 인하 기간을 제한해 한번 잘못으로 영원히 약가인하 처분을 받는 제도를 완화했다. 다만 약가 감액비율을 1차 적발시 20%에서 30%로, 2차 적발시 40%에서 50%로 높이며 약가인하 감액을 갈음하는 과징금을 도입했다.

이종성 의원안은 또 위반 횟수에 비례해 과징금 한도를 1차 5년간 감액 총액 100%, 2차 10년 감액 총액 125%, 3차 10년 감액 총액 150%로 규정하고 부과대상에 의약품도매상, CSO를 추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급여정지 처분을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영원히 재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약품 유통질서를 어지럽힌 잘못을 인정하지만 항구적인 약가인하, 급여정지 처분은 기업에게 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 급여정치 처분 등은 결국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해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약가인하와 급여정지 처분은 영구적인 기업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개정안에 따라 과징금 소급 적용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면 정책 취지를 살리면서 리베이트 기업에게 패널티를 주고, 리베이트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충분히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에 따른 약가인하와 급여정지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임에도 여전히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약가인하와 급여정지를 삭제하고 과징금 처분만으로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낸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급여정지 처분을 내려도 대체 약이 없을 시 해당 약에 대한 급여정지를 제외하고 있다"며 "의약품 재등록에 대해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급여정지 처분 기간이 영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