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증상이요? 없습니다"…조용한 살인자 '신장암'
1기는 100% 생존율…3기도 90% 넘지만 재발률 30%로 급등
40대부터 복부초음파 찍어야…몸 관리 잘해도 방심 안돼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암의 날'이 돌아왔다. 국제암예방연합은 2005년 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암 환자를 돕기 위해 2월4일을 세계 암의 날로 제정했다.
암은 한국인을 가장 많이 죽게 하는 병이다. 40년째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암이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은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이다. 하지만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2019년부터 10위 안에 들어온 암이 있다. 바로 '신장암'이다.
특히 신장암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이 걸린다. 2020년 남성 암 발생순위 8위를 차지하던 신장암은 2021년 7위로 올라섰다.
신장암은 횡격막 아래, 척추의 양옆에 위치한 신장(콩팥)에 생기는 암을 말하는데 대개는 신장의 신실질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신세포암을 이른다.
신장암의 대표적인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흡연, 비만, 고혈압, 만성 콩팥병이 주요 위험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이 요인들을 말하면 '나는 술, 담배도 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혈압도 정상인데 신장암에 걸렸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유전자 변이와 같은 원인으로 신장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몸 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어도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장암이 다른 암보다 더욱 무서운 건 '침묵의 암'이기 때문이다. 간암, 췌장암과 마찬가지로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단백뇨나 건강검진에서 나오는 신장 관련 지표들이 신장암과 관련이 있냐'고 묻곤 하는데, 다른 질환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 방문을 권장하긴 하지만 신장암으로만 특정했을 때는 관계가 거의 없다"며 "피검사, 소변검사로도 신장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혈뇨 △옆구리통증 △복부에 만져지는 혹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신장암이 매우 진행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조정민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러한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의 10~15% 정도"라며 "신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신부전, 다낭성 신질환 등 평소 신장 질환을 앓고 있어 신장암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검진을 특히 잘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것은 신장암은 일찍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신장암 수술 후 3~10년 환자의 생존율이 1기는 100%, 2기는 97~98%에 달했다"며 "3기까지 발전했을 경우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보고 되고 있긴 하지만 재발률이 1기 암의 약 10배에 달하는 30%까지 급등하게 되고, 4기 이상으로 진행돼 암세포가 다른 장기를 침범하면 치료가 복잡해지고 예후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장암은 '침묵의 암'이다 보니 환자 중 3분의 1은 암이 이미 다른 장기로 퍼진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이에 의사들도 신장암의 증상은 혈뇨, 옆구리 통증, 복부에 만져지는 혹이 아닌 '무증상'으로 꼽는다.
실제로 환자가 신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는 계기도 다른 부위에 증상이 생겨 CT나 초음파를 찍었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아직 복부 초음파가 기본 검진 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는데 꼭 받아야 한다"며 "복부 초음파는 신장뿐만 아니라 간, 담낭, 비장, 췌장 등 다른 장기까지 기본적인 확인이 가능한 검사라는 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암 검진은 40세부터, 대장암 검진은 50세부터 받으라고 권고하지만 신장암의 경우 나이와 상관관계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아직 없다"며 "40대 이하의 신장암 환자도 전체 신장암 환자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40대부터 2년에 한번씩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고, 가족력이 있다면 조금 더 일찍 받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신장암은 수술이 가능한 경우 수술로 완전 절제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위험군의 그룹에 따라 예후에 차이가 크다.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나눠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병합요법 중 적절하게 선택해 1차 치료를 진행한다. 병기가 높은 경우에는 수술 후에도 초기 1~2년 후 재발 가능성이 높아 꾸준한 관리와 추적 관찰이 필수다.
최근 많이 하고 있는 로봇수술로 종양을 제거할 경우 수술 후유증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콩팥 하나를 전부 떼어내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고, 콩팥 하나를 전부 떼어내도 신장은 2개라 한쪽만으로도 문제없이 잘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래 신기능이 많이 안 좋았거나 양쪽 신장을 모두 제거한 경우에는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 교수는 "수술을 통해 신장암이 완치됐다고 해서 다른 암에 안 걸린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금연과 체중 조절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신장암에 걸렸던 환자가 다른 2차 암에 걸릴 확률이 약 1.5배 높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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