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분수처럼 토하는 아기, ‘비대성 유문협착증’ 가능성

생후 2주부터 발생…수유 후 구토 반복, 왕성한 식욕 특징
남아에서 많이 발견…초음파·혈액검사로 진단, 수술로 완치 가능

ⓒ News1 DB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생후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남자아기가 심한 구토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아이는 평소 식욕이 왕성했지만, 모유를 먹는 족족 게워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분수처럼 강하게 토하는 횟수가 늘었다. 검사 결과, 아기는 비대성 유문협착증으로 진단됐다.

비대성 유문협착증은 영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화기 질환으로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유문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서 유문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신생아가 먹은 모유나 분유가 십이지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위장에서 정체하다가 구토가 발생한다.

5일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유문은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괄약근이다. 이게 두꺼워지고 통로가 좁아져 음식이 넘어가지 못하면 위장이 빵빵해지면서 압력에 의해 토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선천성 질환으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진다.

증상은 위 사례처럼 수유 후 구토가 반복되는 것으로, 심할 경우 분출성 구토가 나타난다. 이때 녹색의 담즙을 포함하지 않은 비담즙성 구토가 특징이다. 증상이 심하면 신체검사에서 아이는 탈수를 보일 수 있고 상복부에서 도토리 크기 정도의 덩이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오채연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보통 신생아들은 모유나 분유를 급하게 먹게 되면 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먹은 것을 조금 게워내는 정도가 아니라 분수처럼 뿜어내는 상황이라면 비대성 유문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에 따르면 증상은 빠르면 생후 2주부터 발생하며 평균적으로 1개월 신생아에게 많이 나타난다. 여아보다 남아에서 더 흔하며 첫째 아이,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다.

진단은 특징적인 구토 증세 외에도 체중 감소 여부 확인,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등이 있다. 초음파로는 유문의 근육층 두께와 유문부 길이를 측정해 확진한다.

최 회장은 "혈액 검사를 해보면 전해질 불균형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대로 두면 경련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증상을 보일 경우 빠르게 병원에 와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치료는 수술이 원칙으로, 탈수증과 전해질 불균형을 보일 시 수액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두꺼워진 유문 벽 근육을 절개하는 복강경적 유문절개술을 시행해 유문부의 협착을 해소하고 음식물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최 원장은 "수술은 복잡하거나 위험하지 않으며 수술 후 회복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극히 드물게 수술 후 상처 감염이나 위장관 출혈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초음파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완치될 수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빠른 치료로 아이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