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병원'에서 400여개 항목 건강검진 무료로 해드립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건강검진 차량’…4개팀 차량 8대, 전국 팔도 누벼
매년 1만여 명 대상 400여 항목 검사…"골밀도 검사 인기 많아"

31일 오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동검진 차량 안으로 한 참가자가 들어가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2024.11.1/ 뉴스1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길이 9.5m, 세로 2.2m, 높이 2m. 일반 도로는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흔히 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트럭 2대가 서울 성북구 한 주택 단지 안에 놓여있다. 내부로 들어서자 병원을 그대로 구현한 듯 채혈 장비와 원심분리기를 등 각종 의료 기기가 채혈·채뇨, 악력·폐기능, 골밀도 검진 구역에 각각 맞춰 배치돼 있다. 무게 16톤, 6.5평 크기의 대형 트럭은 바로 '국민건강영양조사 건강검진 차량'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성북구 한 주택가의 주차장에 이 이동식 검진 차량 두 대를 가져와 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31일은 이곳에서 진행하는 검진 마지막 날이었다.

총 11명으로 이루어진 조사단은 한 지역에 3박 4일을 머무르는데, 이렇게 방문하는 곳만 192개 지역이나 된다. 서울·수도권팀을 포함한 4개 팀이 차량 8대를 동원해 전국 팔도를 48주간 누비며 연간 1만여 국민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이동검진 차량에서 이뤄지는 검사는 총 12가지, 400여개 항목으로 검사를 다 마치면 1시간가량이 소요된다. 구체적으로 신체계측, 악력 검사, 체성분 검사, 혈압 및 맥박, 혈액검사, 소변검사, 구강검사 자동굴절 검사, 폐기능검사, 골밀도 등을 검진한다. 종합검진만큼 다양한 항목의 이같은 검사를 일반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받으려면 금액이 35만원에 달하지만 이 검사는 전액 무료다.

건강·영양 조사도 동시에 진행된다. 면접과 자기기입 방식으로 진행해 주택 유형, 가구소득, 결혼여부, 건강보험 가입 등을 조사해 건강과 경제 환경적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영양 상태 조사에서는 다양한 식기류 등 측정 도구를 이용해 어떤 것을 얼마나 먹었는지 파악한다.

검사 대상자는 검사 시작 1년 전 거주지역, 거주 형태에 따라 층화해 17개 시도, 총 4800가구에서 미리 무작위 추출, 선정한다. 희망자를 받을 경우 미리 선정한 표본에 오차가 생길 우려가 있어 현장 신청은 받지 않는다.

검사 동의를 받은 조사단은 검사 1~2개월 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참여 재여부를 확인한다. 지난해 조사 대상자 참여율은 70.5%를 기록했다. 검사 결과는 전문가의 분석을 거쳐 약 6주 뒤 개별로 받아볼 수 있다.

31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진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검진에서 한 참가자가 조사원의 시현에 따라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2024.11.1/ 뉴스1

기자는 이중 골밀도, 폐기능, 채혈 검사를 직접 받아보며 현장에서 검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이 골밀도측정기기는 일반 병의원에서도 잘 볼 수 없을 거예요. 대형 병원은 가야 있거든요. 아무래도 쉽게 접하기 힘든 기기라 어르신들이 이 검사를 좋아하시죠"라고 질병청 관계자는 검사를 기다리는 기자에게 말했다. 골밀도검사는 골다공증 유병률을 선출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검사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방사선사가 참가자의 수술 이력 등을 확인하고 검사기기에 누우면 준비가 끝난다. 곧이어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방에 들어간 방사선사는 허리뼈와 고관절 등을 촬영하고 검사 판독한다.

박이만 대한골대사학회 방사선사는 "골밀도 검사는 뼈 단면을 확인해서 그 안에 밀도 수치를 보는 검사다. 두 번 정도 일정 기간을 두고 검사를 진행해 수치가 좋지 않을 경우 약을 드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함께 진행하니 안심됐다. 실제로 이 조사는 검사 및 통계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대한가정의학회 소속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대한골대사학회 소속 방사선사, 영양사 등 보건 의료 전문가가 함께한다.

이렇게 매년 국가 통계를 산출한 결과, 다년도 자료가 누적돼 다른 연구 자료의 원시자료로 사용될 뿐 아니라 OECD,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국가 간 건강지표를 비교 분석하는 기본 데이터로 쓰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2007년부터 매해 국민건강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통계는 검사 다음 해 12월마다 공식 발표된다. 질병청 만성질환관리국 관계자는 "내년부터 비만 등 질병은 추적 조사를 진행해 통계 수준을 한층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8년간 버스에서 국민건강조사를 책임져온 이미나 만성질환관리과 팀장은 "대상자가 한정돼서 못 오는 분들이 훨씬 많다. 아직 많은 분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잘 알지 못해 무엇을 하는 건지 간혹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저희가 하는 일이 많은 연구의 원시 자료가 되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라며 말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