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g으로 태어난 예찬이, 건강하게 퇴원…"의료진 헌신에 감사"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생존율 30%. 예찬이 엄마와 아빠는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 희망을 걸었다. 산모의 평균 임신주수는 보통 40주인데 예찬이는 22주 5일만인 지난 5월31일 세상에 나왔다. 몸무게가 불과 512g인 초극소미숙아 상태였다.

이랬던 예찬이가 5개월만인 전날(29일) 몸무게 3.68kg으로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30일 소식을 알렸다.

임신 후 특별한 증상이 없었음에도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태어난 예찬이는 입원 초기에 융모양막염, 진균, 녹농균 감염으로 혈압조차 측정하기 어려웠다. 면역이 약해 온몸의 피부도 다 벗겨져 있었다. 폐동맥 고혈압, 동맥관 개존증 등으로 몇 차례의 고비를 넘겼고 눈의 망막혈관이 잘 발달 되지 않아 생기는 미숙아 망막병증 수술까지 받았다.

의료진의 섬세한 손길과 예찬이 엄마, 아빠의 간절함 덕에 삽입된 위관을 통해서만 모유를 받아 먹을 수 있던 예찬이는 점차 건강을 되찾았다. 스스로 젖병을 빨아 먹을 뿐 아니라 작은 젖병 한 가득인 100ml도 거뜬이 비울 수 있게 됐다.

예찬이 엄마는 "병실 면회 시간때마다 의료진들이 아기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힘이 나는 좋은 이야기도 해 주셨다"며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입원한 아기들을 사랑으로 돌봐주신 덕분에 안심이 됐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퇴원 소감을 전했다.

주치의 오문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처음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차마 만지지도 못했던 어머님이, 혼자 숨 쉬고 젖병을 잘 빠는 아기를 안고 수유 연습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사히 잘 자라 주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신생아팀,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과 산부인과, 안과,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등 협진해주신 모든 의료진분들의 헌신 덕분이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예찬이처럼 성인 손바닥 크기 정도의 초극소 미숙아 중에서도 임신 주수 22주~23주에 불가피하게 태어난 400~500g의 이른둥이를 치료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세계적으로도 드문 다섯쌍둥이 분만을 성공한 바 있다. 최근 또 다른 산모가 335g의 초극소 미숙아를 분만했고 김솔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주축이 돼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이후 가장 적은 몸무게로 태어난 이른둥이를 치료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수가가 낮아 병원마다 기피하는 분야다. 수익성은 낮은데 24시간 전문의가 있어야해서 운영할 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그럼에도 신생아 집중 치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다학제 협진을 통해 선천성 질환, 미숙아 등 중증 신생아를 집중 치료하는 신생아 중환자실을 확장 운영하고 있다.

윤영아 신생아중환자실장은 "불가피하게 일찍 태어난 미숙아는 뇌출혈, 호흡곤란, 심장, 괴사성 장염 등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며 "의료진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같이 인내해 주시는 보호자분들과 눈빛만 교환해도 아기들에게 어떤게 제일 최선인지 서로 통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간호팀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