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성별에 따른 '자폐의 유전적 원인' 첫 규명

동아시아 최대 규모 데이터 분석 연구…치료법 발전에 유의미

이번 연구를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왼쪽)와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우리나라 연구팀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폐 가족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자폐의 유전적 원인 및 차이를 규명해냈다.

자폐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복합적인 신경 발달장애로 남녀 유병 비율은 4대1 정도로 남성에서 더 잘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자폐의 성차에 관해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은 성별에 따른 자폐의 유전적 원인과 차이를 밝히고자 자폐성 장애인이 속한 673가구(2255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고, 성별 특이적인 자폐 위험 유전자를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자폐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시냅스에 주로 영향을 미쳤으나, 반면 여성 자폐 유전자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염색질과 히스톤에 영향을 미치며 서로 다른 기전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자폐 여성은 자폐 남성보다 단백질 기능을 손상시키는 '단백질 절단 변이'를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자폐성 장애인의 가족 내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자폐 양적 유전점수가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자폐 발생률이나 중증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는데, 이는 여성이 자폐증의 유전적 부담에 대한 내성이 크다는 기존의 북미, 유럽 지역의 연구 결과와 동일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가 기존 북미, 유럽 유전체 데이터에만 의존했던 자폐 연구에서 더 나아가 한국인 자폐와 관련된 유전적 차이를 처음으로 분석하고 남녀가 서로 다른 자폐 발생 기전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유전체 연구에 기반한 성차 의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인 자폐 및 신경 발달장애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로, 향후 자폐성 장애인의 성별을 고려한 맞춤 치료 및 자폐증 조기 발견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자폐 유전자가 남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자폐의 원인을 밝히고 개별 특성을 반영한 정밀 의료를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Genome Medicine'(IF 15.26)에 게재됐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