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 '뇌졸중'…4시간30분 골든타임 중요

기온 차 크면 발생 위험 높아져…특히 고령일수록 취약
'4시간 반' 골든타임 지나면 심각한 후유증 또는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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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독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심뇌혈관질환이다. 아침저녁 일교차나 실내외 기온 차가 10도 이상 벌어지게 되면 우리의 혈관은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축하게 되고, 혈관이 수축하면 심장박동 수와 혈압의 급격한 상승을 유발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뇌졸중기구는 매년 10월 29일을 세계 뇌졸중의 날로 지정해 뇌졸중의 위험성을 알리고 높은 발생률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뇌졸중은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여전히 전세계인에게는 '공포의 질환'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뇌졸중 환자…80세 이상 남성 환자 크게 증가

뇌졸중은 뇌혈관 이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신경학적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뉜다.

쉽게 말해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뇌출혈은 혈관이 터져 혈액이 뇌 조직에 고여 뇌 손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모두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장애를 안게 되거나 목숨을 잃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뇌졸중 환자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61만3824명이었던 뇌졸중 환자 수는 지난해 65만3409명으로 6.4% 증가했다.

연령·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80세 이상 남성의 경우 2019년 5만5857명에서 지난해 7만2927명으로 약 31% 증가했다. 80세 이상 여성의 경우 같은 기간 8만6502명에서 10만2999명으로 19% 증가했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체온 유지를 위해 일어나는 일련의 생리적 반응들은 뇌출혈,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성을 높인"며 "특히 기온 차에 따른 혈압 변화를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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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30분' 골든타임 중요…"초기 증상에 귀기울여야"

뇌출혈 중에서도 뇌지주막하출혈은 뇌 동맥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가 파열돼 발생하는데 재파열을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사망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뇌경색도 마찬가지다. 발병 후 최대한 빨리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용해제를 투여하지 못하거나 투여하더라도 막힌 혈관이 뚫리지 않는다면 혈관 재개통률을 높이기 위해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송태진 이대뇌혈관병원장은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은 그 어떤 질환보다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골든타임이라고 말하는 '4시간30분'이 지나면 시술이나 수술을 하더라도 환자는 심각한 후유증을 갖게 되거나 사망한다.

하지만 초기 증상에 잘 귀기울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얼마나 빨리 병원에 도착해 처치를 받느냐에 따라 남은 생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송 원장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물건을 쥐어도 놓치게 되거나 얼굴 감각이 이상해지는 경우, 망치로 맞은 것처럼 벼락 두통이 생긴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극심한 두통 △어지럼증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의 이상 △얼굴이 마비되거나 감각의 이상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등이다.

송 원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간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도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뇌졸중 발생했다면 재발 방지 중요…"만성질환 관리 필수"

다행히 증상을 초기에 알아채 발빠르게 대처했다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적절한 약물 치료와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환자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뇌졸중 환자들의 경우 실내·외 온도 차이로 인해 혈압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춥다는 이유로 외부 활동을 줄여 살이 찌게 되면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낮에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윤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심뇌혈관 질환이 발병한 지 3개월이 안 된 환자라면 추운 겨울에 되도록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을 권장하고, 최대 운동량의 60%가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 시간은 20~60분 정도로 하고 강도는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