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립재활원’…전공의 ‘0명’·병상가동률 57.5%

당직 설 의사 없어 원장이 직접 당직…임시 계약직 1명 채용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9.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의정 갈등 장기화로 국내 유일 중앙 재활 기관인 국립재활원의 올해 병상가동률이 57.5%로 지난해에 비해 20%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 채용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장애인 재활치료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재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병상 가동률은 57.5%로 지난해 77.6%에 비해 20%가량 하락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199개였던 병상수는 올해 8월 111개로 줄었다.

의료인력이 부족해지자 입원 환자 수도 줄었다. 지난해 재활의학과 의사는 전문의 9명, 전공의 12명으로 총 21명이었으나 올해 6월 전공의 12명의 사직서가 수리되며 국립재활원에는 9명의 재활의학과 의사만 남아있다. 올해 9월까지 입원 환자 수는 1만 8204명으로 지난해 4만 8615명에서 급감했다.

지난 3월 국립재활원 전공의 12명이 사직서를 내자 정부는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겠다, 장애인 진료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급감한 입원환자 수가 재활치료 공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강윤규 국립재활원장은 "당직 의사가 부족해 9월에 야간 당직 의사를 1명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8월에는 직접 당직을 서기도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병원이 버텨낼 정도로만 운영이 되고 있고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부족한 의료인력을 채우고자 지난 8월 전공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단 2명만 지원했고 지원자 모두 부적격으로 인력을 채울 수 없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난 9월 야간 당직을 설 임시 계약직 의사 1명을 채용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서울 대형병원 사직 전공의 A 씨는 "실질적인 업무를 전공의가 모두 도맡아 한 상황에서 의료 인력 부족을 느끼는 것은 어디를 가나 당연하다"며 "오랜 시간 전공의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긴 것이 드러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의정갈등 탓에 장애인 환자들이 제때 필요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애인들은 제때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부는 전문인력 확보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