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필요한데…비싼 치료제에 두 번 우는 혈액암 환자들

[국감브리핑]3년간 급여초회 탈락률 85%…13개 중 6개는 여전히 비급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9.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혈액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제 대부분이 여전히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급여 검토를 한 치료제 13개 중에서도 급여기준이 설정된 치료제는 6개에 불과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국내 혈액암 치료제 급여 환경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심평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 혈액암 치료제는 총 13개로 이 중 최초 심의에서 급여기준이 설정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85%가 초회 탈락한 것이다.

또한 최초 심의에서 급여기준이 미설정된 11개 품목 중 6개는 현재까지도 건강보험 비급여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혈액암 환자들의 경우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의사 출신인 이주영 의원은 "혈액암 치료제를 비롯해 혈액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후 겪게 되는 '이식편대숙주병'과 같은 희귀 합병증에 대한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식편대숙주병'은 현행 제도상 암에도 희귀질환에도 해당하지 않아 신약 접근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식편대숙주병은 혈액암 환자가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후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신체를 공격하여 전신 염증 반응, 장기 손상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혈액암 치료를 위해 항암 이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주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이식편대숙주병 진료 환자는 지난해 기준 633명이다.

하지만 이 중 현행 치료로는 방법이 없어 새로운 치료제 사용이 필요한 환자는 약 35%에 이른다. 이 경우 환자와 의료진들이 직접 국내에 공급되지 않는 약제를 구하기 위해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약가를 참조하고 있는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비교해보면 혈액암 치료제에 대한 지원에 큰 차이가 난다는 걸 알 수 있다.

컬럼비주, 민쥬비주 등 주요 혈액암 치료제 11개 중 우리나라의 경우 5개만 급여 설정이 돼 있지만 미국과 영국은 10개, 일본은 9개의 치료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의 혈액암 치료에 대한 인식과 환자들을 위한 지원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병원을 세군데나 보유한 'K의료'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약가 참조국 다수가 급여로 지원 중인 약제를 국내에서만 장기간 비급여로 방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참조국으로부터는 대체 무엇을 참조하고자 하는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