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보낸 강아지 사진 보고…눈물 글썽인 수의사[펫피플]
김영환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 인터뷰
구강흑색종 걸린 개, 방사선 치료 사례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보호자가 보낸 반려견의 생일 파티 사진을 받고 (감격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만난 김영환 영상의학 원장은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강아지로 13살 요크셔테리어 종 '해피(가명)'를 떠올렸다.
메시지를 보낸 보호자의 반려견은 올해 초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흑색종 치료를 마친 강아지다.
6일 로얄동물메디컬센터(대표원장 정인성)에 따르면, 흑색종은 색소를 만들어내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매우 공격적으로 빨리 자라고 전이율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 수명 한 달…13살 요크셔테리어의 뜻깊은 생일 파티
지난 1월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내원한 해피는 '구강 흑색종'을 앓고 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종괴로 입을 닫지 못해 스스로 밥을 먹지 못했다. 보호자조차 가까이 가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썩는 냄새도 났다.
지역 동물병원에서 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네 차례나 재발을 반복했다고 한다. 보호자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로얄동물메디컬센터를 찾았다.
외과적으로는 종괴를 절개해야 했다. 하지만 종괴의 크기와 위치, 악성도, 재발 우려 등을 고려했을 때 수술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람의 암 치료에서도 마지막 단계라는 방사선 치료가 선택지로 남았다.
하지만 김영환 원장은 "처음엔 해피의 방사선 치료 시도를 망설였다"고 말했다. 해피의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판독한 결과 폐 전이까지 의심돼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피의 남은 예상 수명은 치료를 하더라도 한 달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추정했다.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주면서 밥 한 번 제대로 먹고 갈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그 시간을 벌었으면 하는 게 소원입니다."
보호자의 강한 의지로 해피는 한 달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다행히도 종양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구취와 통증이 개선돼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가 끝나고 6개월이 흐른 지난 7월, 해피 보호자는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해피, 13살 생일 파티도 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김영환 원장은 "해피를 보며 의학적으로 나타나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보호자의 믿음이 가져오는 효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보호자의 정성스러운 돌봄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낸 것 같다"고 의미를 뒀다.
◇동물병원에도 도입된 방사선 치료, 마취 부담은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해피 사례처럼 수술적 방법이나 약물 치료가 어려운 질환에 적용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 장비를 도입했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 조직에 집중적으로 고에너지 방사선 입자를 전달해 암세포를 죽이고 주변으로 증식하는 것을 막는 치료법이다. 구강, 비강, 뇌 심부 등에 위치해 수술적 접근이 어려운 반려동물 암 치료에 새로운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의학이 사람 의료 기술보다 10년 정도 뒤처졌다면, 지금은 5년 정도로 따라잡았다"고 평가했다.
반려동물이 방사선 치료를 받으려면 마취해야 한다. 종양이 발병한 동물에게 마취는 더 위험할 수 있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의 방사선 치료는 마취 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영상의학을 전공한 김영환 원장의 역할이 컸다.
방사선 치료를 하기 위해 동물의 자세를 보정해 좌표를 잡는 과정만 해도 40분 정도가 걸린다.
김영환 원장은 "지난 2022년 12월 방사선 치료 장비를 설치하면서 3D 프린터로 만든 동물 모형을 활용해 로얄만의 특화된 보정 방법을 개발했다"며 "그 결과 마취부터 방사선 조사까지 치료 시간을 10분 내외로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방사선 치료에서 영상의학 수의사의 역할은
"흑백 세상에서 동물의 아픔을 느끼는 수의사입니다."
김영환 원장이 스스로를 표현한 말이다. 동물을 직접 대면하기보다 엑스레이, CT 등을 통해 찍은 사진으로 진료를 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7년간 내과와 외과 진료를 본 경험을 기반으로 영상의학을 별도로 공부했다. 이후 18년간 영상의학 수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동물이 발생하면, 주치의와 영상의학 수의사가 협진하게 된다. 영상을 판독해 종양의 크기, 위치, 종류에 대한 가이드를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영상의학 수의사의 일이다.
김영환 원장은 "방사선 치료 장비는 다루기 어렵고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영상의학 수의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수학을 잘하려면 사칙연산이 기본이 되듯이, 영상의학 지식이 탄탄해야 방사선 치료 플랜을 잘 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상의학을 하며 최종 목표가 방사선 치료였다"면서 "앞으로 국내 소동물 방사선 치료의 스탠더드 프로토콜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우리나라 방사선 치료 수의학이 세계적으로 전파될 수 있길 바란다"는 포부를 전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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