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붕괴론' 차단 나선 정부, 내일부터 군의관·공보의 파견

4일 응급실에 군의관 15명…9일부터 공보의 등 235명 파견
의사들 "전문적인 처치 못해…군·지역 의료공백 우려"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가 응급실 의료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응급실에 파견한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는 '땜질 식 처방'에 불과할 뿐 아니라 지역·군 의료 공백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4일부터 응급실 운영에 제약이 있는 기관에 군의관 총 15명을 파견하고, 9일부터는 230여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공보의, 군의관을 응급실 진료 업무에 당장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일반의'로,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군의관, 공보의 파견 등) 대책들에 대해서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군의관이나 공보의들이 와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공보의, 군의관은 대학병원 소속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분쟁 등 우려가 있어서 책임있는 업무를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들이 파견을 오게되면 오히려 교육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B교수는 "응급실 대란을 해소하려면, 병원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필수의료과 전문의를 더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정부는 더 저렴한 노동력인 공보의, 군의관 인력을 파견해 땜질식 처방을 하려는 것"이라며 "전문의 자격이 있는 공보의들 또한 응급의학과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 파견되는 군의관과 공보의가 늘어나면 군, 지역 의료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보의는 군 복무 대신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등에서 3년간 진료업무를 담당하는 의사다. 군의관은 군병원 등에서 진료, 수술 등 업무를 담당한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외과 C교수는 "공보의, 군의관이 빠져나간 지역 보건소에서는 그만큼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군의관은 전쟁상황 등 특수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공공인력인데,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을 투입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