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 열면 뭐하나' 응급실 차질 확산…정부는 "진료유지 가능"

조규홍 "어려움 있지만 최선 다해…의료개혁만이 해결책"
의료계 "환자 받아도 '배후진료' 안돼"…강원대병원 등 축소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 정부의 의료정책을 규탄하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응급실 휴일·야간 및 일부 중증응급질환 진료에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응급진료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응급실 셧다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응급실 상황을 묻는 질의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의존도가 높은 권역응급의료센터 같은 경우에는 병상이 축소되고 있고 전문의가 이탈하고 있지만 정부는 응급의료체계의 유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으로 응급실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제일 중요한 인력지원도 하고, 배후진료에 대한 수가인상을 통해서 차질 없이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이 문제는 의료계 집단행동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개혁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조 장관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응급실은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발표와 다르게 이미 많은 응급실은 정상적인 진료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서 배후 진료과의 환자를 받는 걸 꺼리는 분위기다. 처치를 끝내도 '우리 과에 환자를 입원 시키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하는 식이다"며 "응급실 문을 열어둘 수 있지만 중환자를 받을 수 없고, 수술을 받을 수 없다면 문을 열어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배후진료가 되지 않는 대학병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의비에 따르면 전날(1일) 기준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들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평소에는 100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는다면 추석에는 200~300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는다. 번아웃(탈진)된 교수들이 언제까지 병원을 지킬수 있을 지 모를 노릇"이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7~8명은 되어야 응급실 당직체계가 무리 없이 돌아가는데, 전문의가 1~2명만 남은 병원도 허다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의료진이 충분했다면 교통사고로 사지가 절단된 환자, 심정지가 온 환자,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기흉 환자 모두 살릴 수 있지만 의사가 한 명뿐이라면 (치료를 했을 때 가장 생존 확률이 높은) 기흉 환자부터 치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병원들은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강원대병원은 이날부터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성인 환자 진료를 중단한다. 다만 소아 청소년과 진료는 유지한다. 응급실 운영 축소를 결정한 이유는 이곳 병원에서 근무한 전문의 5명 중 2명이 휴직을 했기 때문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달부터 주간에만 응급실을 운영하고 오후 6시부터 다음달 오전 8시 사이 야간 진료는 중단한다. 현재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군의관 2명을 파견 요청한 상태다. 앞서 이 병원은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12명 중 1명이 사직하면서 매주 목요일 성인에만 한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해 왔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응급실은 지난달 31일 전문의 7명이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응급실이 폐쇄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중 2명이 잔류하기로 하면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이달부터는 평일에만 운영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에는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지만 최근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중 4명이 최근 번아웃을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지만, 병원의 설득 끝에 사직을 보류했다. 이 과정에서 매주 수요일 하루 응급실 중단 방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논의 이후 의료진들이 힘을 내서 셧다운만은 막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