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 의사들 "환자가 죽어가고 있다"…"비상진료 원활" 尹 반박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사직 전공의 등 400명 몰려
"형사책임면책·119 유료화·환자 강제 배정 중단 등 시행해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의료 현장에 문제가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30일 오후 'END GAME OF EM' 학술대회 중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전날(29일) 국정 브리핑을 보고 상당히 실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현실에 대해 너무나도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많은 회원(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국정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문제로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라"며 "비상진료체계가 그래도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은 사람들을 많이 조사해봤겠지만, 사람들을 살려본 적은 없으시지 않느냐"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사람들을 살리는 사람들이다.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이 '환자가 죽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근데 위에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위기가 아니라면 (윤 대통령은) 녹색 옷을 입고 매일같이 국민들을 겁주지 마시고, 사고 위기 단계부터 정상으로 내리길 바란다"며 "현재 응급의료는 재난 상황 중 최고 위기 상황이며, 이 붕괴를 막을 방법은 현재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고, 위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다가올 추석명절 때는 응급의료 대란으로 많은 환자들이 길거리를 헤매다 사망할 것이며, 지치고 탈진한 의료진의 이탈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해외에서는 응급실당 6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는데, 현재 권역외상센터에서는 1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는 점 등이 위기라고 꼽았다. 이 회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위기는 문을 닫는 것이라고 하는데, 문이 열려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그것이야 말로 진짜 위기"라고 설명했다.
응급실 의료 인력 부족에 대해 이 회장은 "사임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개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탈진(번아웃)으로 일을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응급의료체계에서 응급의료 전문의를 손실하게 되는 것으로 치명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젊은 의사들을 설득해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 정원 증원 등) 일 들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응급의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방어진료를 막기 위한 '형사책임 면책', 수술 불가능한 병원에 응급환자 강제 배정 전면 중단, 119 유료화, 응급의료기관에 응급실 전담 처리 전문 과목 표시, 적정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무너져가는 응급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천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겠다"며 "전국 응급의료기관, 필수의료과목 의사들과 협력해 서명운동본부를 발족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정기학술대회에는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해외에서 의사하기' 등의 강연이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학술대회에는 사직 전공의와 전문의 400명이 사전 등록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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