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국회 문턱 넘었지만…PA간호사 의료행위 '혼선'

전공의 대신하는 PA 간호사 업무 범위 구체화 진통 예상
의협 "불법 의료행위 신고센터 운영"…의료계 '반발'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본회의 간호법 통과를 방청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8.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간호법이 처음 발의된지 약 19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해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진료지원(PA) 간호사' 법제화 필요성에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이 "의료악법"이라고 반발하면서 의료 직역 간의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28일) 본회의에서 PA간호사 합법화의 근거를 담은 간호법 제정안을 처리했다. 이에따라 약 1만6000명에 달하는 PA간호사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게 됐다. 이 법은 다음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PA간호사는 수술 준비와 보조, 검사, 처방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한다. 하지만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시범사업 형식으로 전공의들이 하던 심폐소생술, 응급 약물 투여 등을 PA 간호사에게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교육 체계나 업무 분담이 없다보니 혼선이 빚어졌다. 수 일간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PA간호사로 차출되거나, PA간호사로 차출되고 싶지 않아 휴직계를 내는 일도 벌어졌다.

의료계는 법안 제정으로 대학병원의 일반의, 간호사 채용 계획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그간 PA간호사를 채용할 때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아) 저연차 간호사를 차출하거나, 기간제로 채용했다"며 "전공의의 업무를 PA간호사가 대거 맡게됨에 따라 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A간호사들이 인턴, 전공의의 업무를 합법적으로 분담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앞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을 지난달 발표했는데, 해당 방안에는 전공의 중심 당직 운영을 '전문의+PA 간호사' 팀으로 꾸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PA간호사들은 전공의, 인턴 등이 담당하던 EKG(심전도검사), ABGA(동맥혈액가스검사), Blood culture(혈액배양검사), PCD(경피적 카테터 배액술), 욕창 드레싱, 도뇨관 삽입, 동의서 작성 등의 업무를 맡게될 전망이다.

다만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아직 남아있다. 간호계는 PICC(말초 삽입 중심정맥관), T-tube(기관절개관) 교체, 수술 부위 봉합 등 위험도와 숙련도가 높은 업무는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 각 직역의 갈등은 연일 커지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14개 보건의료단체가 뭉친 보건복지의료연대 등은 직역의 역할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PA간호사들의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인 진단, 투약, 수술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 악법이며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각종 불상사의 책임에 직면하게 하는 자충수의 법"이라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고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돼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