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초고령 사회 진입, 노인 예방접종 종류 확대해야"

"건보 재정 소진 속도 줄일 것" "국가예방접종 영유아에 치중"
질병청 "가장 중요한 건 비용…백신 지원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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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초고령 사회를 맞아 성인 예방접종을 확대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노인은 각종 감염병에 취약한데 예방접종을 받을 경우 질병, 합병증을 예방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김남희·김윤·남인순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생애주기별 국민건강 관리를 위한 필수예방접종 확대 필요성 및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오는 2025년 20.6%를 차지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2035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선다.

이재갑 한림대학교의과대학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아 예방접종이 필요하지만, 노인은 면역이 감소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며 "면역노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예방접종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감염학회에서는 성인에게 10개 이상의 백신을 권고하지만 국가예방접종사항(NIP)은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백신만 포함하고 있다"며 인구 구조의 변화 및 미충족 수요를 고려해 백신의 종류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 예방접종이 폐렴, 이상지질혈증 등 합병증을 예방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낮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교수는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102조4277억원인데 이 중 44조1187억원(43.1%)는 65세 이상에서 사용된다. 이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없다"며 "건보 재정 소진 속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노인 인구 예방접종"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재의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은 영유아에만 치중되어 있다"며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의 99%가 성인에게서 발생한다. 예방접종을 통해 뇌졸중, 폐렴 등 합병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 현재 (예방접종에 대한 국가)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예방접종은 기본 접종으로 제한되며, 비용적인 문제로 노인 접종률 또한 낮다"며 "노인 접종률 개선을 위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본부장도 "소아 예방접종은 감염병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률을 최소화 하는 것이지만, 성인 예방접종은 인구집단의 면역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지역 사회 내에서 특정 감염병 유행을 근절시키는 데 있다"며 "이같은 이유로 해외 주요국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이동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과장은 국가예방접종의 양상이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지만 예산이 한정된만큼 우선순위, 백신수급 가능성, 예산확보 상황, 비용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적절한 백신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 문제다. 일례로 대상포진은 치료비가 예방접종비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지불 능력이 있는 대상자에게도 100% 무료로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게 맞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예방접종의 순위를 평가하는 데 삶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대상포진은 치료비가 예방접종비용에 비해 저렴하지만 (치료 과정이) 엄청나게 고통스럽다"며 "예방접종 우선순위에 접종 비용, 치료 비용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저하되는 삶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