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그냥 감기몸살인 줄 알았는데…끔찍한 고통 '대상포진'
통증·감각이상 느끼다 '띠 모양 발진' 몸 한쪽에만 나타나
수두 병력 있다면 조심…"면역력 관리하고 예방접종 해야"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60대 A 씨는 최근 친구가 대상포진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백신을 알아보는 중이다. '걸려도 괜찮겠거니' 생각해왔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나올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친구의 말에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A 씨는 특히 친구의 이 말이 맴돌았다. "처음엔 으슬으슬하고 두통이 있길래 독하다는 여름감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죽을 맛이야. 백신이 있다는데 넌 꼭 맞아."
이름은 익히 들어봤지만 막상 내가 걸리면 잘 눈치채지 못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帶狀疱疹)의 증상은 이름 자체에 답이 있다. 띠 대(帶), 모양 상(狀). 띠 모양의 발진이 생기는 게 바로 대상포진이다.
문제는 대상포진의 증상은 이 띠 모양의 발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이 포진이 생기기 수일 전부터 해당 부위에 통증이 나타난다. 미열이나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돼 감기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통증과 감각 이상은 수일간 지속되다 띠 모양의 발진과 수포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 수포는 약 2주간 변화를 거치는데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가 생기고 아물게 된다.
하지만 드물게 피부 발진 없이 통증만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특히 이 통증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심한 경우가 많은데, 일부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모든 신호가 한꺼번에 오거나 여러 조합으로 올 수 있는데 처음에 통증이 오는 경우 피부의 오른쪽이나 왼쪽, 즉 편측에 상처에 따른 통증과는 다른 신경성 통증이 온다"며 "주로 바늘로 콕콕 쑤신다, 칼로 후벼판다,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 등의 증상이 한쪽에 오는 것이 가장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통증이 오는 위치는 몸통이 가장 많다. 그다음은 얼굴 부위다.
또 감각 이상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스치기만 해도 아픔을 느끼거나 평소보다 둔감하는 등의 감각 이상이다.
물집이 한쪽 피부에만 몰려 나타나는 증상도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이러한 대상포진은 특히 7, 8월에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상포진 환자가 가장 많았던 달은 지난해 7, 8월로 나타났다.
무더위에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퍼지기 딱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상포진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데, 어릴 적 수두를 앓고 나서 그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고 신경절에 숨어 있다 재활성화 되는 것"이라며 "수두균은 한 번 발생하면 신경절에 숨어 평생 나타나지 않고 지나가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항암치료를 한다거나 면역이 저하되면서 세포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그때부터 증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피부의 발진, 수포가 호전된 후에도 계속되는 통증과 합병증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호전되지만 일부는 석달 이상 통증이 계속되는데 심한 경우 항경련제, 항우울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 대상포진이 생긴 신체부위에 따라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상포진이 눈 주위에 생겼다면 각막염, 홍채염 등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또 얼굴이나 귀 부위에 발생하면 안면 신경마비가 오기도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양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언제 맞아도 상관없지만 50세 이후에 호발하기 때문에 이 시기즈음 접종할 것을 추천한다"며 "만성질환자, 면역억제제 복용자, 암 환자의 경우에는 18세 이상부터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생백신과 사백신으로 나눌 수 있다. 생백신은 한 번만 접종하면 되지만 접종받은 사람의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하거나 면역억제제를 먹는 면역저하자는 접종할 수 없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예방 효과도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지난 2022년 12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접종이 가능해진 사백신은 2~6개월 간격으로 두 번 맞는 대신 면역저하자도 접종이 가능하고 항체 생성률 90% 이상에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허 교수는 "생백신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 질병청에서는 과거 생백신을 맞은 환자들에게 새로 나온 대상포진 사백신을 추가 접종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백신들을 맞는다고 해서 대상포진을 100%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예방접종 후 대상포진에 걸리면 신경통이나 합병증을 생백신은 60% 이상, 사백신은 9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허 교수는 "고령자는 면역력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꼭 하는 게 좋다"며 "대상포진에 한 번 걸렸다고 해도 또 걸릴 수 있어 사백신은 급성 증상이 호전된 후, 생백신은 치료 후 최소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접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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