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대형병원 1000억대 '건보 선지급' 못받아…경영난 가중

'무기한 휴진' 병원들, 건보 선지급 막혀…제약사로도 불똥
"현장 지키는 의료진만 피해"…정부 "휴진 중단하면 지급"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모집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8.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대형병원 8곳이 1000억원대 규모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선지급 요건인 휴진 철회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여 선지급을 미루고 있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진료량 등을 고려해 선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 등 9개 수련병원은 최근까지도 6월분 건보 급여 선지급금을 받지 못했다. 다만 충북대병원은 지난달 무기한 휴진을 철회해 지난 7일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금이 지급됐다.

이들 병원이 지급받지 못한 급여비는 총 1041억원에 달한다. 복지부는 이들이 집단 휴진을 계속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 경우 매달 1000억원대의 급여비 선지급을 보류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련병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6월부터 8월까지 각 기관별 전년 동월 급여비의 30%를 지원하는 내용의 건보 급여 선지급 대책을 발표했다. 지급 요건으로는 경영상 어려움, 필수 의료 유지, 필수 진료 체계를 위한 노력 등이 전제돼야 했다. 이후 전국의 총 105개 기관이 급여 선지급을 신청했고, 71개 기관이 선지급 대상으로 선정됐다. 전체 선지급 대상 중 62개 병원에는 지난해 6월 급여비의 30%에 해당하는 3600억 원가량이 1차 선지급 됐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 6월27일부터 집단 휴진에 돌입했고,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4일부터 휴진에 동참했다. 이후 고대안암병원과 충북대병원도 휴진을 선언했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지난 6월 휴진을 선언했다가 닷새만에 휴진을 중단하면서 건보 선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일선 대학병원에서는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의사 집단행동 이후 하루 10억~30억원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선지급금을 지급받지 못한 병원들은 제약사, 의료기기회사에게 주는 대금결제를 미룰 수 밖에 없다"며 "전공의 이탈로 병원이 어려워진 마당에 선지급금 마저 보류하면 경영 상황은 더더욱 악화될 것이고, 병원이 망해야 이 사태가 끝이 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비대위 소속 일부 교수님들만 휴진을 선언했을 뿐, 병원 진료는 정상적으로 다 유지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도 정상적으로 병원을 운영한다고 공지를 했는데 왜 '휴진'을 빌미로 건보 급여를 주지 않는 지 모르겠다"며 "전공의 이탈 후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성격인만큼 병원에서 중증, 희귀, 난치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는지, (휴진 선언에도) 정상진료를 하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개선하라고 하고, 전문의를 더 채용하라고 하는데 무슨 돈으로 전문의를 채용하고 시설을 늘리냐"며 "이러다가 (현재 병원에 남아있는) PA(진료보조) 간호사가 전공의, 전문의 업무까지 떠안게 될 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수도권 소재 병원 외과 교수는 "(교수들에게 지급되는) 연구비도 지급이 중단된 상태"라며 "병원 입장에서도 중증환자 보다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경증 외래·입원 환자 위주로 환자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지급이 보류된 8개 기관도 선지급 대상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고 '검토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휴진을 중단하면 건보 선지급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선지급금 심사를 하는 위원회에서 '병원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휴진 철회시 바로 선지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