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 "이번이 마지막"…의료계 "정부 딱해"

신청 14·16일 마감…사직 레지던트 11%는 다른 병원 취업
전공의들, 개원·해외취업 시도…"힘들게 수련받고 싶지 않아"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를 거부하는 등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의정갈등 관련 게시물이 찢겨진 채 부착돼 있다.2024.8.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오는 9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복귀 추가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복귀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의사 집단행동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 모집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사직한 레지던트 5701명 중 지난달 말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한 레지던트는 91명에 불과하다. 5701명 중 약 11%인 625명은 다른 의료기관에 신규 취업해 일반의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을 제외한 4985명(약 87%)의 레지던트들은 의료기관 취업도, 수련병원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오는 9일부터 추가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지원 신청 마감은 레지던트 1년차 14일까지, 레지던트 2~4년차와 인턴은 16일까지다. 이후 17일에는 레지던트 1년차 필기시험을 진행한 후, 8월 말까지 각 병원별 선발 절차를 모두 완료해 당초 예정된 9월부터 하반기 수련이 시작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오는 9월에 대학병원으로 복귀하기 보다는 일선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해외 진출을 준비하거나 의사 면허와 상관없는 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의사회도 전공의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의사의 길을 묻다'라는 정책 포럼 심포지엄이 오는 20일부터 매주 화요일에 개최되고, 보험청구 기초 등을 실무교육하는 프로그램은 11일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열릴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지난달 31일 전공의들의 구직을 돕기 위한 '진로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또 지난 4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강좌'를 열었다. 경기도의사회가 지난 3일 개최한 '전공의를 위한 개원 준비 설명회'에는 전공의 400여명이 몰리는 큰 관심을 끌었다.

정부의 전공의 추가모집 소식이 알려진 이날도 의료계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본질적인 문제들을 정부가 모르는건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건지 참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현장 복귀하려 했으면 진작 했지, 이런다고 돌아오겠나"라며 "복지부가 자기들은 할 만큼 다 했다는 식으로 명분을 쌓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전공의 월급이 300~400만원 선까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병원 근무시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이 받는 셈"이라며 "전공의 7대 요구안이 수용되지도 않았는데, 수련병원에 복귀해 이전처럼 힘들게 수련을 받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모집 기한을 연장한다고 해도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예전과 다르게 (사직 전공의들의) 경제적 형편도 좋아서 전문의 취득 시기가 늦어지는 걸 제외하면 아쉬워할 전공의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내과 전공의는 지방 소재의 요양병원에 취직했다. 그는 주 4일 당직근무를 서고, 퇴근한 후에는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를 준비한다. 그는 "미국의사면허시험을 취득한 후에도 미국에 정착하기 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며 "현재는 복귀할 생각이 없지만 사태가 잘 해결되어 수련병원으로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