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은 온열질환자만 1305명…'일사병' '열사병' 올바른 처치법은

"수분 섭취하고 그늘서 휴식"…40도 고열시 병원 치료
열대야, 적정 에어컨 온도 '24~26도'…흡연·음주 '금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한 시민이 부채로 햇빛을 가리며 이동하고 있다. 2024.7.3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13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응급실을 내원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수분섭취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통계를 보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된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모두 1305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 가운데 6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지난 1일에는 하루에 10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올해 중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번주 나흘(7월29일~8월1일) 동안 30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지난주(7월22일~28일)에는 369명이 응급실을 내원했다.

성별은 남성이 78.9%(1030명), 여성이 21.1%(275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29.7%(387명)로 가장 많았다. 발생장소는 실외가 81.1%(1059명)으로 실내 18.9%(246명)보다 발생 비율이 높았다.

폭염 속 온열질환 예방하기.(서울아산병원 제공)

◇장시간 더위 노출되면 '열탈진'…땀 안나고 오심·의식변화 있으면 '열사병'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 수액 보충이 원활하지 않아 일사병(열탈진)이 생길 수 있다.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나면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 줘야 한다. 하지만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나타나면 급속냉각요법 등 치료가 필요하다.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알콜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에서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한다. 열탈진과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경우 환자를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으며, 빠르게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찬 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경련은 더위 속에서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전해질이 부족해서 근육경련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안정을 취하면서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만약 전해질 음료가 없으면 1리터(ℓ) 물에 소금 한 두 티스푼을 넣어 마시면 된다.

열실신은 외부 온도가 높아 뇌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해져 의식을 잃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노인, 어린이에게 나타난다. 단순 열실신은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금방 회복된다.

뜨거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물집이 나거나 얼굴과 팔다리가 붓고 열이 오르는 '일괄화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괄화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사광선이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외출 시에는 얇은 겉옷으로 피부 노출부위를 가리거나 외출 30분 전에는 선크림을 꼼꼼히 바른 뒤 나가는 것이 좋다.

열대야 예방수칙(서울아산병원 제공)

◇지난달 열대야 일수, 30년 만에 역대 최다…"얇은 소재 잠옷, 이불 도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30년 만에 역대 최다 일수를 기록했다. 온열질환자는 대부분 낮에 응급실을 찾지만,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에 발생한 환자도 전체 온열질환자의 25.3%(330명)에 달했다.

열대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는 24~26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켜놓으면 습도가 떨어져 호흡기가 건조해지고 감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 얇은 소재의 잠옷과 이불을 덮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와 장시간의 영상 시청, 흡연은 각성을 유지해 수면을 방해한다. 술은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수면 뇌파를 변화시켜 깊은 잠을 못 자게 한다. 수박이나 시원한 음료를 너무 많이 먹어도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깨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사시간도 일정하게 맞추고 저녁에는 과식하지 않는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잠자리에서 오랜 시간 어떻게든 자보려 애쓰는 행동은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잠이 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한 상태가 지속되면 잠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컴컴한 거실에 앉아서 잠이 올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잠에 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