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60%가 4기에 진단…중증 많은 폐암도 중입자치료로 잡는다

연세암병원, 지난달 회전형 치료기로 폐암 환자 첫 치료 시작
초기 암의 경우 1회 치료에도 완치 가능…"다른 암에도 확대"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중입자치료 시작 전 환자를 살피고 있다. (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폐암에 걸렸다 해도 조기에 발견하는 일은 흔치 않다. 전체 환자의 60% 정도가 폐 전체에 암이 퍼진 4기에 처음 진단을 받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폐 조직 사이로 암세포 전이도 쉽게 일어난다. 그만큼 중증이 많다는 이야기다.

또한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들 상당수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 폐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폐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어 수술을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재 폐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로 나뉜다.

이 중 중입자치료는 무거운 탄소 입자를 활용한 방사선치료의 하나다. 중입자치료와 같은 입자선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체내로 조사된 입자선이 정상 장기를 통과한 뒤 종양을 사멸하는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존의 X선 기반 방사선치료와 달리 입자선 치료는 치료 이후 주변 폐, 심장, 식도 등에 미치는 피해가 적다.

이러한 치료 원리에 기반하면 치료 횟수를 현격히 줄일 수 있는데 초기 암의 경우 1회 치료에도 완치를 노려볼 수 있다.

이에 연세암병원은 지난 4월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고정형치료기 가동에 이어 지난달 회전형치료기를 가동해 췌장암, 간암, 폐암 치료에 돌입했다.

중입자치료기는 치료기의 회전 가능 여부에 따라 고정형과 회전형으로 나뉜다.

회전형치료기는 조사 부분이 360도 돌아가는 만큼 환자 특성에 맞게 조사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 맞춤 최적의 치료 선량을 조절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정상 장기에 줄 수 있는 피해 등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연세암병원에서 진행한 폐암 치료 또한 이 회전형 치료기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수십년 간 중입자치료를 진행한 일본 사례에 따르면 폐암에서 중입자치료는 대부분 1기 암에 적용됐다. 2기나 3기 환자에서는 상태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된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1기 암에서는 폐 기능 저하 등 기저질환으로 인해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경우 수술 대신 완치 목적으로 시행한다. 특히 간질성 폐 질환과 같은 폐 기저질환이 동반된 경우 기존의 X선 기반 정위적 체부 방사선치료에 비해 폐의 정상 부위에 조사되는 선량을 감소시킬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2기 이상의 암에서는 주변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가 흔하고 이때 항암치료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서 중입자치료 단독으로 치료를 시행 할 수 있다.

김경환 교수가 호흡 동조치료를 위해 환자의 호흡 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병원 제공)

연세암병원이 도입한 중입자치료의 장점으로는 호흡 동조 치료가 꼽힌다.

호흡 동조 치료란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반영해 중입자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그만큼 암에 적확한 타격은 물론 정상 장기가 입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호흡 동조 치료를 위해서는 투시검사장치를 이용해 장기의 움직임과 이에 따른 신체의 호흡 주기를 추적하거나 장기가 움직이는 패턴을 확인하기 위해 기관지 내시경으로 삽입한 금침을 추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중입자치료 임상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가 주요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3cm 이하의 초기 종양은 3년 국소제어율이 95% 이상이고 더 큰 종양의 경우는 80~90%의 국소제어율을 보였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국소)를 타깃하는 중입자치료에 있어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중입자치료 이후 방사선폐렴의 발생빈도는 3% 이하인데 이는 기존 방사선치료에서 10-20%까지 보고되는 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다. 수술이 어려운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한 폐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도 중입자치료의 장점이다. 중입자치료를 시행하면 폐 기능과 상관없이 중입자의 특성상 폐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군마대학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간질성 폐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중입자치료 이후 급성 악화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고 방사선폐렴 발생빈도도 7.6%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기존 방사선치료의 경우 간질성 폐질환 환자에서 치료 이후 방사선폐렴은 30%까지 보고된다는 점과 크게 대비된다.

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와 기존의 항암 등 전통적인 치료법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토콜 개발에 열심이다.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중입자치료를 폐암에 적용하면 치료 성적은 물론 치료 가능한 환자 범위를 늘릴 수 있다"며 "다른 암 치료법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연구 등을 이어가며 성적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