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가 해법이긴 한데…누가 설득하지?
의료계 "교수, 전공의, 전임의 등 직역별로 정부가 협상해야"
정부 "돌아올 수 있게 의료계 스승, 선배로서 설득해 달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거나 유예하면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정갈등을 해소할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주최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대담에서 전공의 복귀의 조건으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꼽았다.
강 비대위원장은 "2000년 의사 총파업 때 전공의 4년차였는데, 그 때 아젠다가 지금도 똑같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강의실 확충과 교수 채용 후 의대 증원하는 게 맞다. 현실적으로 2025년 증원을 받아들이라는 건 어렵다"고 했다.
앞서 정부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해야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재원마련 등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이 사태 이후 많은 정책을 쏟아냈지만, 재정이 따라붙지 않는다.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국방이나 교육처럼 별도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을) 한 병동에서 시작해 여러 병동으로 퍼뜨리는데도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기한 휴진이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의정 갈등이 지금처럼 극한으로 치닫는다면 문 닫는 병원이 속출할 것이고, 무기한 휴진을 하게되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며 "어렵더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찾아야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각 직역별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형민 응급의학과의사회 회장은 25일 뉴스1에 "맨 처음에 (의정갈등이 벌어진 것은) 필수의료 붕괴에서 시작됐다. 의사들이 원하는 것, 국민이 원하는 것 모두 필수의료가 나아지길 바라는 것"이라며 "전공의 복귀 문제는 전공의들과 정부가, 의료개혁에 관한 논의는 의협과 정부가 하면 된다. 누구도 누구를 대표할 수 없기 때문에, 교수, 전공의, 전임의 등 직역별로 정부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환자단체, 보건의료노조 등도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을 통해 빠르게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의료계와 정부는 의료개혁을 논의할) 위원회를 계속 새롭게 만들고 있는데, 이는 시간만 끄는 행위다. 주장하는 내용은 계속 똑같기 때문"이라며 "결국 (위원회가 만들어질 때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얘기만 하면서, 몇개월 씩 시간을 끌고있다"고 꼬집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은 전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 구성에 대해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2026년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의사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 모두 의료개혁을 함께 추진한다는 생각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의학한림원에서도 의료개혁특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도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병원 긴축으로 피해가 의사를 제외한 직군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의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이달 내로 사태를 해결할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한다"며 "의료 파행의 틈바구니에는 수많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고통이 스며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대화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공의 복귀를 의료계가 나서 설득해 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의료계 스승으로서, 선배로서, 최선을 다해 설득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도 중대본 브리핑에서 "올특위가 아직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성이 조만간 돼서 대화가 가시화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전공의단체에서 제시한 요구사항 중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불가항력 의료사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에 대해선 이미 속도감 있게 논의하고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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