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10곳 중 6곳 '대리처방'…"의사 부족해 불법 만연"

보건의료노조, 113개 의료기관 현장실태 조사
"의사단체, 의사부족 현실 인정해야…집단휴진 중지하라"

1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6.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공의 집단 사직 등으로 의료공백이 커지면서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불법행위가 흔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의료기관 10곳 중 6곳에서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처방한다고 덧붙였다.

1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4월24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113개 의료기관의 의료현장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대상 기관은 국립대병원 10곳, 사립대병원 37곳, 근로복지공단병원 6곳, 적십자병원 4곳 등 총 113개 의료기관이다.

실태조사 결과 응답한 93개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불법행위는 대리 처방과 대리 동의서 서명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절반이 넘는 58개(62.3%) 의료기관에서 간호사가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 받아 불법적으로 처방전을 대리 발급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55개(59.1%)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보호자의 시술·수술 동의서를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받도록 떠넘기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에서 대리 수술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의료기관은 23곳(24.7%)이었고, 의사가 시술·처치 등을 하지 않고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에게 불법으로 대리하는 행위를 한다고 응답한 곳도 42곳(45.1%)에 달했다.

각 병원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진료보조(PA) 간호사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PA 간호사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서울 A사립대 병원으로 393명, 경기도 B사립대병원 388명, 서울 C사립대병원 357명, D국립대병원 253명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PA인력을 가장 많이 늘린곳은 A사립대병원으로 164명, F국립대병원 115명, D국립대병원 84명 등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17일부터 시작하는 집단휴진 등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의료현장에 불법의료가 만연해 있는 현실은 의사인력 부족 실상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어 "불법의료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 의사 인력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며 "의협을 비롯한 의사단체들은 환자들이 불법의료의 피해자로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의사 부족 현실을 인정하고, 의대 증원 백지화를 내건 집단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