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법밖에 없었다" 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 눈물의 서신

강희경 교수 "얼마나 무도하게 느껴졌을지…서툴고 성급했다"
"중증‧희귀질환자에게 서울대병원 언제나 열려 있어"

강희경 서울대학교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5.29/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이 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환자들에게 눈물의 서신을 보냈다.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신장내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13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지난 10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낸 입장문에 대한 답신을 올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등 중증질환자 단체 9곳이 모인 연합 단체다.

연합회는 입장문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의 무기한 휴진 결정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었다.

이에 강 교수는 "답신을 준비하려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 글을 이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입장문을 내기까지 얼마나 여러가지 생각을 하셨을지 생각하니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며 "특히 서울대학교 3개 병원의 주 환자군인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우리의 처사가 얼마나 무도하게 느껴졌을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체 휴진이라고 선언하면서도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할 뿐 입원실과 중환자실, 응급실, 치료를 미룰 수 없는 진료 등의 필수 기능에 인력을 보충하여 투입할 터이니 환자분들께 피해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소식을 듣고 서울대병원에서 더 이상 진료를 받을 수 없나보다 했겠다는 생각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한다. 우리가 너무 서툴고 성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걱정하지 말아달라"며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서울대병원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경증 환자는 휴진 기간에 서울대병원 진료가 불가능하겠지만 중증‧희귀질환 환자분은 더 한산해진 병원에서 대기시간 없이, 다음 환자 때문에 쫓기지 않고 진료를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휴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외에 남아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이번 휴진의 목적은 올바른 의료를 세우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며 근거에 기반해 협의와 합의를 통해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할 것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저희의 무책임한 과거를 탓해 보지만, 후회하며 지금 하고 있는 진료라도 꾸역꾸역 계속한다 해도 안타깝게도 지금보다 더 나은 치료의 기회를 드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선택은 동시에, 최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신속하고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는,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정책결정권자들이 미사여구가 아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휴진 기간이 병원에는 손해가 되겠지만 환자들이 도와준다면 우리는 올바른 의료를 보다 빨리 앞당겨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글로 답신을 마무리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