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울산판 도가니-그후] ①인권실태보고서 조작 ‘물증’ 나왔다

(울산=뉴스1) 김재식 기자 | 2012-08-15 11:50 송고 | 2012-08-15 11:52 최종수정
편집자주 지난 1월 17일 울산 북구청은 기자회견을 통해 메아리복지원의 방치속에 원생 10여명이 성폭행 가.피해자로 관련된‘성폭행 대물림’이 있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구청은 이 같은 사실이 2차례의 인권실태 조사과정에서 드러났으며 이런 내용의 최종 보고서가 보건복지부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종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1은 1·2차 면접조사지 원본을 입수해 메아리복지원 인권실태 최종보고서 내용의 조작 논란과 관련한 핵심쟁점을 연속 기획보도한다.
울산시 북구 메아리 복지원(메아리 동산) 학부모들이 지난 2월 17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메아리복지원 인권실태 보고서 조작 의혹을 밝혀달라"요구하고 있다..© News1

올초 북구청 인권실태조사팀이 작성해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메아리복지원 인권실태 최종보고서 내용이 최근 공개되자 조사를 받았던 메아리복지원 교사들이 보고서 내용이 날조·조작되었다고 집단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은 인권실태 2차 조사팀이 원생간 성폭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치해, ‘성폭행 대물림’이 수년간 진행됐다는 책임을 물어 설립자 가족들을 내쫓기 위해 자신들의 진술을 날조한 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사들에 따르면 최종 보고서에 나타난 교사의 진술 가운데 조작·날조의 정도가 가장 심한 대표적 사례가 황모(32)교사의 진술 부분이다.


밑줄이 그어진 부분이 황모 교사가 자신의 진술을 날조조작했다는 인권실태 2차 보고서 내용이다,© News1

최종 보고서에는 황 교사가 "박영수(가명)에 대해서는(권기수(가명)에 대한 성폭행을) 호기심 정도의 행위로 생각하고 체벌을 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그 이후 사실을 확인(권기수, 박상기(성폭행 목격자)한테 질문)한 후 (성폭행) 사실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고 생활실에서 분리조치하고 박영수가 권기수에게 성기를 항문에 비볐다는 것을 듣고, 따끔하게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에 체벌을 가했다"고 진술돼 있다.

"그 시점이 언제냐"는 조사자 질문에 2년전이라 하였으며 "2년전에 알았을 때 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성폭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장난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또 황 교사가 "지금 생각해보면 권기수는 그 당시 입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권기수도 즐기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된다"고 진술했다고 기술했다.

또한 "초기에 체벌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조치와 상담을 했어야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황씨도 "그 점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답해 박영수가 권기수를 성폭력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대처를 잘 못한 것을 시인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과연 이 최종보고서 내용처럼 생활교사인 황 교사가 원생 성폭행 사건을 인지하고 사소한 장난으로 파악하고 체벌만 가하고 방치했을까.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보고서 지적대로 법인 또는 교사들의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황 교사는 이에 대해 최종보고서 작성자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진술을 상당 부분 조작·날조해 보고서에 올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황 교사가 2차 인권실태 조사를 받은 이유는 1차 조사에서 박영수(1차 조사 때 유일하게 성폭행 가해자로 확인된 원생)가 학교 방과후 생활시설로 늦게 (휴대폰을 놓고 가서 시간을 몰라서) 돌아왔다는 이유로 황씨로부터 체벌을 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황 교사는 “'조사자가 박영수를 체벌을 한 사실이 있냐'고 물어, 자신이 박영수를 (담임) 맡은 적이 없기 때문에 생활시설 복귀가 늦었다는 이유로 체벌 할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을 뿐이며, 나머지 성폭행 관련 진술 내용은 완전히 허구며 날조다”고 말했다.

황 모 교사의 2차 인권실태 조사 2차 면접 조사지 원본. 조사원이 각각 작성한 원본을 토대로 2차 보고서가 작성됐다. 각각의 원본 내용은 동일하나 이를 토대로 작성된 2차 보고서 내용은 상당 부분 달라 조작됐다는 교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밑줄 친 부분은 황 교사가 박영수를 담임한 적이 없다고 한 진술이 기록된 내용이다.

황 교사는 "어떻게 공직 업무를 위임받은 인권실태 조사팀이 공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허위의 내용을 마음대로 작문해 넣을 수 있는 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원생간의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 체벌만 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런 황 교사의 주장은 최종 보고서의 토대가 된 황씨에 대한 2차 면접조사지 원본 내용과도 일치했다.

2차 조사지 원본은 황 교사를 직접 2차 조사한 조사팀원(3명)들이 조사한 내용을 각각 개별적으로 면담 조사지나 A4지에 받아 적어 최종 보고서 작성자에게 넘긴 것이다.

보고서 작성자는 넘겨받은 이 면접 조사지 원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고 조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뉴스1이 황 교사를 직접 조사한 조사팀원들끼리 개별 작성한 2차 조사지 원본을 서로 비교한 결과도 황 교사의 주장과 일치했다.

하지만 2차 면담 조사지 원본 어디에도 ‘황 교사가 박영수가 권기수를 성폭행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체벌만 했다’는 최종 보고서 내용은 없었다.

조사팀이 작성한 2차 면담 조사지 원본에는 모두 황 교사 주장처럼 ‘박영수의 담당교사가 아니었다’고 기록돼 있었다.

면담 조사지 원본을 건네받은 최종보고서 작성자가 보건복지부에 보고할 최종 보고서를 만들면서 메아리복지원의 성폭행 방치 책임을 물어 설립자 가족들을 내쫓기 위해 황 교사의 진술을 날조해 허위 사실을 최종보고서에 적어 넣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왜냐하면 황 교사의 진술외에 최종 보고서 어디에도 법인이나 교사들이 원생들의 성폭행 사실을 알고 방치했다고 시인하는 교사들의 진술이 없기 때문이다.

황 교사는 “2009년(박동원-권기수), 2011년(박영수-권기수), 2차례 발생한 원생간 성폭행 사건은 인지한 즉시 대책회의 열고,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가·피해자 심리치료를 의뢰했다”며 "보고서 내용대로 2009년에 박영수와 권기수간에 실제 성폭행이 일어났다면 같은 시기에 일으난 다른 성폭행 사건은 심리치료를 의뢰하고 왜 그 사건만 방치했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씨를 직접 조사한 2차 조사팀 관계자는 뉴스1이 확보한 황모 교사의 2차 면접조사지 원본과 관련해 “(자신이) 황모 교사를 조사한 내용을 자필로 직접 작성한 조사지 원본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또 “2차 면접 조사지 원본을 보고서 작성자에게 넘기면 그 내용을 그대로 보고서로 작성하게 돼 있다"며 "최종 보고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서 최종 작성자가 (자신이 작성한) 원본 내용을 보건복지부에 보낸 최종 보고서에 어떻게 기재해 올렸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jourlkim@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