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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지적장애 앓으며 장애가족 부양…삶의 무게 힘겨웠을 것"

청주서 숨진채 발견된 일가족 3명…유서에 막막함 담겨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2024-05-08 17:03 송고 | 2024-05-08 17:59 최종수정
8일 충북 청주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현장.2024.05.08.© 뉴스1 박건영 기자
8일 충북 청주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현장.2024.05.08.© 뉴스1 박건영 기자

충북 청주 한 가정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은 장애를 앓으며 힘겹게 일상생활을 유지해 오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족이 외부와 왕래를 자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행정당국은 물론 이웃들조차 안타까운 비극의 조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8일 경찰과 행정당국에 따르면 A 씨(42)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를 2009년 고엽제 후유증으로 떠나보내고 세 식구의 가장이 됐다.

A 씨는 자신 또한 중증 지적장애를 앓는 데다 거동까지 불편했으나, 비교적 중증도가 심한 어머니와 누나의 수발을 들어왔다.

이들은 별다른 직업은 없었으나, 지자체로부터 매월 생계급여와 장애연금 등 220여 만 원을 받으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 속에 누나가 우울증마저 앓게 되면서 3년 전부터 청주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됐고, 그 사이 어머니의 건강도 날이 갈수록 악화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청주병원이 퇴거 절차를 밟으면서 갈 곳을 잃은 누나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주민들은 A 씨가 몇 년 새 건강 상태가 악화된 가족을 동시에 떠안게 된 것을 큰 부담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A 씨가 누나 퇴원 이후 가족을 보살펴 줄 기관을 찾고 다닌 것으로 안다"며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애까지 앓고 있는 A 씨의 어깨가 무거워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A 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도 이런 막막함을 호소하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집 안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에 미뤄 이들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5시 13분쯤 청주시 청원구의 한 주택에서 A 씨(42)와 60대 어머니, 40대 친누나가 한 방에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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