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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사러 간다고 대낮 만취운전…산책 40대 부부에 닥친 끔찍한 비극

[사건의 재구성] 뒤에서 들이받힌 아내 사망, 남편 중상…가정 송두리째 무너져
음주운전 20대에 1심 '징역 8년'→2심 재판부는 '징역 10년으로 형량 높여 선고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2024-05-08 07:15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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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일. 전북자치도 완주군의 한 도로에서 '쾅'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편도 4차로인 도로를 달려오던 승용차가 갓길을 걷던 남성과 여성을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차에 치인 이들은 의식을 잃은 채 도롯가에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운전자 A 씨(25)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체포 당시 A 씨는 제대로 걸을 수도,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만취상태였다.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기숙사에서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가 길어진 만큼 A 씨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 갔다.

얼마 뒤 안주가 떨어지자 A 씨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게 된다. 부족한 안주를 사기 위해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며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선택은 평생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중·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부부였다. 당시 아내 B 씨(45)와 남편 C 씨(43)는 오붓하게 산책을 즐기기 위해 집 밖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산책은 이들 부부가 함께하는 마지막 산책이 됐다. 사고로 아내는 사망하고 남편은 전치 8개월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남편은 소중한 아내를, 두 자녀는 어머니를 잃었다. 크게 다친 C 씨는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마지막 길도 배웅하지 못했다. 남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앞으로 평생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만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 약 5㎞를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치상) 등 혐의로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들을 위해 6000만원을 형사공탁한 점과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면서도 "하지만 대낮에 만취 상태에서 산책하던 부부를 들이받은 사고를 낸 점, 한 명이 사망하는 등 유가족들에게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힌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었다.

검사와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이 사고로 피해자들의 자녀들은 중·고등학생으로 부모의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한 때 하루아침에 어머니를 잃었고, 군인으로 20여년을 복무한 아버지 또한 거동과 의사 표현의 어려움을 겪는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며 "앞으로 부모의 부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녀들의 미래가 막막한 점,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으로 화목하던 한 가정이 송두리째 무너진 점을 감안할 때 원심보다 무거운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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