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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 쏟아붓는 C커머스…"'싸구려 공습' 깔봤다간 경쟁자 다 죽을 것"

[알리·테무發 경제전쟁]⑲<끝> "유출된 정보 中 정부에 갈 수도"
"정부 적극적인 정면 대응은 불가…산업별 세밀한 조치 필요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4-05-07 05:00 송고 | 2024-05-07 08:37 최종수정
편집자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가 주도하는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염가 공세에 소비자는 무방비로 노출됐고 소상공인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응은 물론 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C커머스의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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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烧钱'(샤오치엔. 불태우듯이 돈을 많이 들이다, 투자하다)

박승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최근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전략을 이 한 단어로 설명했다.
말 그대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전략은 "돈으로 따라오는 경쟁자들을 죽여버리는 것"이라며 "이게 중국식 비즈니스 방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초저가 물량 공세로 시장 장악…가격 결정권 휘두를 것

뉴스1은 최근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는 'C커머스 돌풍'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듣기 위해 국내 관련 전문가 박승찬 교수와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세 전문가는 모두 당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소비자 선택을 받고 있지만 이후 한국 경제에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C커머스 업체가 초저가로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국내 유통 생태계를 빠르게 종속시키는 것은 물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C커머스의 초저가 물량 공세 전략의 이면에 한국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승찬 교수는 C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을 두고 "초저가를 통한 물량 공세로 경쟁자를 누르고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결국 가격 결정권을 가진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강준영 교수 또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독점적 위치를 선점한 뒤 제품가격을 급격히 올렸던 사례들을 들면서 "시장을 잠식당하면 다음부터 그 초저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혀 별개"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배터리, 태양광 산업 등에서 중국이 전 세계적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을 장악해 왔다며 국내 e커머스 산업에서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봤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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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T기술 중무장한 플랫폼…모든 산업에 영향

전문가들은 C커머스 업체의 무서움이 단순히 상품을 싸게 파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이들 업체가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닌 최신 IT(정보통신) 기술을 탑재한 '플랫폼'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빠르게 제품(제작)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회사들"이라며 "IT를 통해 공정을 일원화하고 집적 제조 생태계를 구축해 유통단계를 줄여버린 것"이라서 분석했다.

정 교수도 "(이들 기업이) 플랫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콘텐츠나 광고, 비즈니스로 전부 확장이 가능하다"며 "플랫폼 생태계가 넘어가면 연결된 다른 산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플랫폼은 제조(업체)를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어 한 나라의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라며 "제조 생태계가 튼튼해야 국가 경쟁력이 확보되지만, 플랫폼으로 넘어감으로써 제조 기반이 같이 무너질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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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건 정보 유출…中 정부로 흘러갈 가능성 높아

IT기술로 중무장한 이들 기업이 한국 소비자들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빨아드리는 것도 위협이다. 전문가들은 알리와 테무, 두 플랫폼의 가입자만 국내에서 1700만 명이 넘은 상태에서 '소비자 데이터의 이전'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한국인들이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까 비즈니스적으로 중국이 더 강해질 수 있다"라며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한국기업이 아닌 중국기업들이 더 잘 알게 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더불어 강 교수는 C커머스 기업이 한국에서 수집한 고객 정보들이 중국 정부로 흘러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 개인 정보들이 어떻게 가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라며 "중국 정보보호법에 의하면 중국 정부가 필요할 때 기업들이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 교수는 "중국 e커머스 기업의 약관 등에 이런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전부 읽어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팔려 가는 정보를 생각할 때 이들의 제품이 절대 '가성비'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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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응은 사실상 불가…정부가 섬세한 대응 나서야

우리 기업의 대응 방법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 교수는 "기업은 결국 중국 제품보다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는데 가격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을 싸게 팔고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정부 차원에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면 중국 또한 관련한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걱정거리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 교수는 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공정한 선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상호적 관점에서의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대책들이 영향을 받는 산업별로 정밀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플랫폼 산업을 자동차나 반도체같이 하나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정부가 산업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플랫폼의 경우 산업의 미래를 보는 큰 그림의 정책이 없었다며 이 기회에 이와 같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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